[일러스트=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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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임 검사에게 회유되어 허위 진술을 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른바 ‘연어회 술자리 의혹’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서도 한신건영 한만호 대표가 검사의 회유로 위증을 했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검찰 6대 정치 조작 사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은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나 증거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논란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공범 또는 참고인을 압박해 목표로 삼은 특정 혐의자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관행이 과연 적법한지, 그리고 이러한 수사가 정당하게 필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 특수수사 관행, 과연 적법한가

과거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검사의 전형적 수사 방식 중 하나는, 뇌물 공여자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뇌물 공여 자백’을 받아내고 이를 근거로 뇌물 수수자를 추적·구속하는 것이었다.

공여자 수사는 대체로 회사의 횡령 또는 탈세 의혹에서 시작된다.

세무 파견 직원에게 “횡령액을 ○억 원으로 맞춰라”라고 지시한 뒤, 공여자에게 “공무원 ○○○에게 뇌물 준 것 하나만 말하라”고 압박한다.

평생 일군 회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 속에서 공여자는 결국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검사는 협조하지 않으면 회사에 대한 수사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탈세액을 최대치로 부풀려 엄벌을 예고한다.

이러한 방식이 과연 적법한 것일까?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즉, 임의성이 없는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원칙이다. 

앞서와 같은 수사 방법을 통해 획득한 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 ‘정신적․심리적 압박에 의한 자백’으로 볼 수 있고 이것은 ‘임의성 없는 자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임의성 없는 자백으로 인정되어 증거증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매우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약속에 의한 자백>

피고인이 처음 검찰조사시에 범행을 부인하다가 뒤에 자백을 하는 과정에서 200만원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중형을 받게 되니(당시는 수뢰액이 200만원 이상이면 특가법 적용, 현재는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이면 특가법 적용) 200만원 중 30만원은 술값을 갚은 것으로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면 이는 단순 수뢰죄의 가벼운 형으로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자백을 유도한 것으로서 임의성에 의심이 간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1984. 5. 9. 선고 83도2782 판결)

<정신적․심리적 압박에 의한 자백’(참고인의 진술조서에 대한 사안)>

별건으로 수감 중인 자를 약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무려 270회나 검찰청으로 소환하여 밤늦은 시각 또는 그다음 날 새벽까지 조사를 하였다면 과도한 육체적 피로, 수면부족,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미국 영주권을 신청해 놓았을 뿐 아니라 가족들도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반드시 미국으로 출국하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자를 구속 또는 출국금지조치의 지속 등을 수단으로 삼아 회유하거나 압박하여 조사를 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면 그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정신적 강압상태 하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이들에 대한 진술조서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하지만 이와 같이 극단적인 사례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원도 ‘자백의 임의성’ 또는 ‘진술의 임의성’을 부정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또 해당 ‘진술’ 그 자체에 대해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비록 해당 ‘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증거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검찰청이 폐지되어 검사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경찰이 이러한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 부패, 조직․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반면, 부패범죄나 조직·마약범죄는 공범의 협조 없이는 실체 규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사에 협조하면 더 이상 수사하지 않겠다”, “가벼운 처벌 규정을 적용하겠다”, “횡령·배임·탈세액을 감액하겠다”, “구형을 낮춰 법원에 선처를 요청하겠다”와 같은 조건을 통해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마약 사건에서 수사에 협조한 피고인에 대해 검사가 공적조서를 양형자료로 제출하고 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해 협조를 유도하는 관행도 같은 맥락이다(명시적 법적 근거는 없으나 실무상 존재).

이러한 관행을 법제화하여 운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미국이며, 미국 형사사건의 90% 이상이 배심재판 없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종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 미국의 플리바게닝 제도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자신의 유죄 인정이나 수사 협조를 조건으로, 검사가 기소 내용이나 형량을 조정하는 제도적 사법 협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검찰이 형을 가볍게 하거나 일부 혐의를 줄여주는 ‘형사상 거래’이다.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 기소협상(Charge Bargaining)은 검사가 입증 가능한 중범죄 대신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고, 피고인은 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형량협상(Sentence Bargaining 또는 Sentence Recommendation)은 검사가 가벼운 형량을 권고하거나 특정 형량 범위에 대해 미리 합의하고, 피고인은 원래 기소된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형태다.

나아가 이러한 협상은 단순히 본인의 범행에 대한 인정에 그치지 않고, 타인이나 공범의 범죄에 대한 진술 또는 수사 협조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플리바게닝을 넘어, ‘사법 협조 협상(Cooperation Agreement)’으로 발전한다. 

즉, 피고인이 본인의 형사 책임을 경감받는 대신, 공범의 범죄나 더 큰 조직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조함으로써 수사 효율과 정의 실현을 동시에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미국의 ‘사법 협조 협상’ 제도

‘사법 협조 협상(Cooperation Agreement)’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형량이나 기소 내용을 조정해 선처를 약속하는 제도다. 이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의 확장형으로 볼 수 있다.

협조 방식은 정보 제공, 잠입 수사, 녹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제도로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Immunity)’가 있다. 공범의 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언을 할 경우, 일정 부분 면책을 부여받는 것이다.

기소 자체를 면책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증언 내용이나 파생 증거를 불리하게 사용할 수 없는 ‘사용 면책(Use Immunity)’이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미국의 플리바게닝, 사법 협조 협상, 면책 제도는 연방대법원의 Brady v. United States 판결(플리바게닝 합헌성 인정)을 비롯해 연방 형사소송규칙, 양형지침(U.S. Sentencing Guidelines), 조직범죄규제법(1970), 각 주의 법률과 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이 제도들이 엄격하고 명확한 절차에 따라 실행된다.

◆ 수사 현장의 실제 모습, <블랙에지> 사례

미국 사모펀드 SAC 캐피털의 내부자 거래 사건을 다룬 논픽션 <블랙에지(Black Edge)>에는 이러한 제도의 현실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내 이름은 B.J. 강이고 FBI 요원입니다. 내부자 거래 건으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수사에 협조하시면 처벌받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협조하지 않으면 다음에 FBI가 문을 두드릴 때는 체포하러 올 겁니다.”

FBI 요원 B.J. 강은 수사 협조를 조건으로 선처를 제안하며, 피의자에게 사실상 플리바게닝과 사법 협조 협상을 제시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수사관과 검사가 긴밀히 협의하며 사건을 진행한다. 수사관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검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개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양자는 공조 관계를 통해 ‘거악(巨惡)’을 기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상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B.J. 강의 발언은 협박이 아니라 합법적 수사 행위로 간주된다. 

◆ 제도에 대한 비판, 영화와  역사로 본 한계

플리바게닝과 사법 협조 협상은 효율적이지만 비판도 많다.

대표적으로 주범이 경미한 처벌로 빠져나가거나, 자백이 강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영화 *〈모범시민〉*은 바로 이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검사가 주범과 거래해 공범을 사형에 처하게 하자, 피해자가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는 17세기 매사추세츠의 세일럼 마녀재판이 자백 강요의 대표적 사례다. 자백하면 살려주겠다는 회유가 허위 진술을 양산했고, 끝내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처형됐다.

오늘날 미국의 형사 절차는 엄격해졌지만, 여전히 ‘자백 강요’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 한국형 플리바게닝 제도 도입의 필요성

우리나라에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검사가 사실상 플리바게닝이나 사법 협조 협상을 적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41조의 기소편의주의에만 의존한 불완전한 운용으로, 제도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조직범죄·마약범죄의 확산을 고려할 때, 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분명하다.

일본도 2016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합의제도(合意制度, 수사·공판 협력형 협의·합의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역시 2011년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 및 형벌감면제’ 법안을 발의했으나, 검찰권 비대화와 인권침해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의 수사권은 축소되었고, 오히려 부패·조직·마약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지금은 수사권의 공백으로 인해 부패 범죄, 조직․마약 범죄가 발호하는 것을 걱정할 때이다. 

따라서 ‘검찰권 비대화’라는 과거의 논점을 넘어, 투명하고 절차화된 ‘한국형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인권 보호와 수사 효율의 균형을 맞추고, 회유나 강압 대신 합법적 협상을 통한 정의 실현의 통로가 될 것이다. 

한국형 플리바게닝 제도에 대한 반대 근거였던 ‘검찰권의 비대화’의 우려는 사라지고 오히려 수사 공백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한국형 플리바게닝 제도의 도입을 기대한다.

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조기제 변호사 프로필>

- 서울 상문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사법고시 44회 합격
- 사법연수원 34기 수료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 도산법연구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원
- (현)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

- 세무사, 형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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