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가 오르고 내년 3월 주총서 캐스팅보트 역할 할수도

[사진합성=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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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일명 강성부 펀드)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GI는 올 해 초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펀드로 관심을 끌었다.

KCGI가 사모펀드(PEF)를 통해 올해 초 한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진과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KCGI 강성부 대표는 한진과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본시장법에 따른 경영참여가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경영진의 선임이나 해임 직무 정지 등을 목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영권을 넘볼 만큼 위협적이었던 KCGI는 지난 6월 중순 미국의 델타항공이 추가로 한진칼 지분 4.3%를 추가로 인수, 시장에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면서 KCGI의 목소리는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영권 분쟁 우려에 힘입어 한진칼의 주가는 2만3000원대에서 4만9500원까지 2배 이상 치솟았다가 지분 경쟁 이슈가 사라지면서 다시 2만원대로 주저 앉았었다.

KCGI의 한진칼 지분 평균 매입가는 2만7000원대로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대한항공 남매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자 한진칼의 주가는 47000원대까지 다시 치솟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KCGI가 보유한 지분가치도 상승하고 있으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 와중에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현재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6%, 이명희 고문이 5.3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84%를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한 결과다.

KCGI는 15.98%, 미국 델타항공이 10.0%, 반도가 6.28%,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의 강경한 태도로 볼 때 조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KCGI로서는 또다를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반대 세력인 KCGI에 손을 내밀고 이를 KCGI가 덥썩 잡을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계속 악화되는 실적에 조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진칼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 주주투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조현아 부사장은 이른바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일어나기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으며 한진그룹내 호텔 레저사업을 총괄했다.

최근 명품 밀수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 돼 언제든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크레딧 에널들도 강성부 펀드의 엑시트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구조조정과 함께 경영개선에 기여하는 동시에 펀드수익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KCGI가 섣불리 배당을 요구하거나 엑시트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CGI에 참여한 A그룹의 임원은 "통상 펀드 환매 기한을 5년으로 약정했기 때문에 아직 엑시트 할 수 있는 기한은 많이 남아 있다"며 "당시 매입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평가손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씨 남매들의 성향과 캐릭터가 워낙 강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의외로 빨리 시작됐다"며 "KCGI 입장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높여서 블록딜로 넘기거나 아니면 조 전 부사장과의 협력을 통해 경영에 본격 참여하는 방법도 있어 이래저래 (조씨 남매의 싸움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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