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조사서 49.7% "내년 긴축경영"…조직쇄신·희망퇴직 지속 전망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및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및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가 한파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계는 비상경영 체제에 선제적으로 돌입했다.

특히,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및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조직 개편·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은 향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내년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61.0%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기업들이 현재 위기를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이 같은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기업 경영 운영 관련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는 '내수 부진'(66.9%)을 꼽았다.

이어 '인건비 부담 가중'(64.0%), '美, 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19.7%),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16.3%) 순이다.

내년 1월 출범할 미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는 설문에서는 82.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답했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채용계획을 설문한 결과, 투자계획은 올해보다 '축소'가, 채용계획은 '올해 수준'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기업들이 긴축 경영의 방안으로 원가절감, 인력 운영 합리화, 투자 축소 등을 꼽은 만큼 올해부터 본격화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4대 그룹은 조직 개편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인력 재배치를 꾀하는 등 사업 조직의 효율화에 나섰다. 실적 부진을 보인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강화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했다. 여기에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신수종 사업을 일군 베테랑 경영진을 배치했다.

SK그룹은 비주력 사업 매각, 임원 교체·승진 최소화 등을 통한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와 합병에 맞춰 SK이노베이션 산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했다.

또 SK렌터카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했다. 이달 초에는 임원 수를 대거 줄이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를 내정했다.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기 위함이다. 또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임원인사는 역량·성과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 차원이다. 특히 이달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 나갈 것 예정이다.

LG그룹은 각 분야에서 역량과 성과를 입증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호주와 남미, 싱가포르 등에 있는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15%와 행정 직원 30%가량을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인도와 남미 일부 법인에서 10% 수준의 감원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도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 위로금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선 LG헬로비전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KT는 현장직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도 경기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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