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만선 돌파 후 4년 6개월만에 기록
엔비디아·테슬라 등 일부 종목 강세집중 현상은 우려
비상계엄 사태 여파 겪는 韓 증시 3거래일 연속 상승 가능성에 시선집중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전 거래일 종가보다 347.65포인트(1.77%) 상승한 2만 34.89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로고. [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전 거래일 종가보다 347.65포인트(1.77%) 상승한 2만 34.89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로고.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미국 나스닥 지수가 1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국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유럽·중국 등 다른 주요국들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의 독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전 거래일 종가보다 347.65포인트(1.77%) 상승한 2만 34.89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가 2만선을 넘어선 것은 1971년 지수 출범 이후 최초 기록이다.

나스닥 지수는 1971년 100으로 출발해 1995년 7월 사상 첫 1000선을 넘어서며 10배가 됐으며, 2020년 6월 1만선을 처음 넘어서며 다시 10배로 상승했다.

이를 종합하면 처음 10배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24년, 다음 10배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25년이었다. 

특히 1만선에서 2만선으로 2배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4년 6개월로 크게 단축됐다.

지난해 나스닥 지수는 43% 급등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달 10일까지 31% 오르며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탄력을 받아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7개 빅테크가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인프라 관련 업종과 금융 업종의 강세가 이어진 점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현재 뉴욕증시는 규제완화 기대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오른팔’ 역할을 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가 대선 이후 10일까지 55% 상승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헤지펀드 창업자 출신의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급진적인 경제정책 시행 우려를 덜면서 월가를 안도하게 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거시경제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탄탄한 소비를 중심으로 급격한 경기 하강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에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환경을 제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고는 있지만, 사실상 12월 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증시 강세 현상은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 경제권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럽 주요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올해 4월 고점을 여전히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8% 하락한 상태다.

현재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은 내년 역시 뉴욕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며, ‘미국 예외주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2025년 말 스탠더드앤드(S&P) 500 지수가 650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도이체방크는 7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내년 S&P 500 지수 상승률이 각각 8%, 16%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의 뉴욕증시가 거품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더라도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가 역사적인 고점으로 올랐기 때문에 향후 수익률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최근 향후 10년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수익률이 연평균 3%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수십년 간 기록한 수익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S&P 500 지수 실질수익률이 연평균 0.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할 때 사용하는 이른바 ‘버핏 지수’를 참고해도 현재 미국 기업 주식 평가가치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버핏 지수는 특정 국가의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 시장의 규모가 경제 규모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잣대로 활용된다.

윌셔 5000 지수로 산출한 미국의 버핏지수는 약 208%로 지난 2000년 기술주 거품 현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달 발표한 실적에서 주식을 팔고, 현금을 사상 최고치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일각의 ‘거품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AI 붐’의 수혜가 엔비디아 등 일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집중되면서 향후 AI의 수익창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주가 고평가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월가에서는 내년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BCA리서치는 “소비둔화와 고용약화 등을 봤을 때 내년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들어갈 것”이라며 “증시 낙폭이 35%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S&P 500 지수가 최소 50차례 최고치를 갈아치운 해의 이듬해에는 지수 수익률이 평균 -6%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최고치를 57번 경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의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질 것을 대비해 투자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랙스완’ 이벤트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유명한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스피츠나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중앙은행의 무제한적 돈풀기 탓에 형성된 ‘인류 역사상 최악의 거품’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 증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불발에 의해 급락 이후 나타난 반등세가 이날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비상계엄 사태 후 발생한 폭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한 만큼, 증시가 쉬어갈 여지도 있다.

또 이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변동성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지난 9일 폭락을 딛고 반등 중”이라며 “정치적 교착 상태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감당 가능한 불확실성의 범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빅테크발 호재에 따른 나스닥 강세 효과, 환율 하락도 반등에 지속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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