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우리·KB국민·NH농협은행 3875억원 부당대출 적발
우리은행 2334억원으로 ‘최다’…손 전 회장 부당대출 61%, 현 경영진때 이뤄져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892억원·649억원 적발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각종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외쳐온 국내 주요 은행들에서 대규모 부당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중 우리은행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지난해 금감원 검사 때의 2배로 늘어나면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전현직 고위 임직원의 단기성과 등을 위한 부당대출까지 추가로 확인되면서 전체 부당대출 규모가 2334억원으로 약 7배 늘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임직원은 은행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은행별 부당대출 규모를 보면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101건·2334억원, KB국민은행에서 291건·892억원, NH농협은행에서 90건·649억원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부당대출 규모가 큰 우리은행에서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두 배로 불었는데 기존에 확인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380억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손 회장과 관련한 전체 부당대출 중 61.8%에 해당하는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고, 46.3%에 이르는 338억원은 부실화됐다.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절반이 넘는 규모가 현 경영진 이후 취급됐다는 점은 향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그대로 둔 결과, 여신 관련 사고를 일으킨 상당수 임직원들이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자본비율 산출 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보통주 자본비율이 10~2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자본비율 산출에 오류를 내 건전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회사 인수·합병(M&A) 관련해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런 중요사항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하지 않는 등 M&A 시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증권업에 이어 보험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KB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진행된 부당대출 892억원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일부 대출에 대해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정황까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이들이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천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적발된 은행들의 거액 부당대출 관련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을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부당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내부통제와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정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닌 지주·은행은 이번 검사내용에 대한 자체 점검계획을 업무계획에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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