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 발표
ELS 판매 거점 점포, 층간 분리 등 물리적 구분된 전용 상담소 갖춰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소비자 판매 기준 원칙도 새롭게 정비

지난해 4월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해 대규모 투자 손실로 논란이 됐던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재연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판매 거점 점포 제도를 운영하고, 관련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ELS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적합 고객군’을 미리 정하고, 부적합한 경우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전액 손실 감내 가능’에 동의한 고객 등으로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 내용에 따르면 먼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마련한 은행 거점 점포에서만 ELS 판매가 허용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ELS 상품은 일반적인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익률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 판매 과정에서도 많은 고객이 이렇게 복잡한 상품을 예·적금과 같은 원금 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덧붙였다.

ELS 상품을 판매하는 거점 점포는 별도 출입문 또는 층간 분리 등을 통해 영업점 내 다른 장소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전용 상담실을 구비해야 한다.

기존에는 예·적금 만기가 도래해 은행을 방문한 소비자가 일반 창구에서 ELS 투자 권유를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제한된 판매 공간에서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금융당국은 거점 점포에 ELS 전담 판매 직원을 두도록 했다.

전담 직원은 관련 자격증 등 전문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3년 이상의 판매 경력을 보유해야 상담에 나설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5대 은행 점포 수가 지난해 말 기준 약 3900개 정도 된다”며 “그 중 5~10% 수준이 거점 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설명대로라면 전국 200~400개 점포에서 ELS 가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ELS 외 고난도 공모펀드 등 다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요건도 까다롭게 하기로 했다.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일반 점포에서도 판매할 수 있지만, 칸막이, 별도 좌석, 대기 번호표 색깔 등 식별 장치로 일반 창구와 명확히 분리하도록 했다.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영업하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의 경우 은행 직원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는 분리된 투자 창구에서만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날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 ‘적합한 소비자’에게만 판매돼야 한다는 원칙도 새롭게 만들었다.

투자자 정보 확인·성향 분석 시 ▲거래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성 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 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 각종 필수 정보를 모두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소비자가 감수할 수 있는 ‘기대손실’ 항목을 구간을 보다 세분화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 기대손실 구간은 ‘원금 보존 필요’, ‘10% 손실 가능’, ‘20% 손실 가능’, ‘전액 손실 가능’이었지만, ‘50% 손실’, ‘70% 손실’ 등이 추가됐다.

앞으로 판매사는 상품별 판매 대상 고객군을 미리 정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에는 투자 권유를 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ELS의 경우 기대손실 구간이 ‘전액 손실’인 소비자에게만 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불완전판매 피해가 고령층에서 대거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가 가입을 원할 경우 가족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최종 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는 ‘지정인 확인 서비스’가 도입된다.

그 외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녹취 의무 범위도 확대된다.

상품 내용 설명을 녹취할 때 정해진 스크립트를 단순히 읽고, 대답하는 내용이 아니라 실제 설명 내용을 담도록 했다.

또 소비자가 계약하려는 상품명 앞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문구를 눈에 띄게 표시하고, 요약 설명서 문구 역시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개선된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예금상품으로 생각하면 된다”와 같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거나 유인하는 발언들에 대해서는 설명의무·부당권유행위 금지 위반을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기업들이 단기 영업실적에 집중하기보다 고객들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설계하는 등 영업 환경도 개선된다.

금융기업 자체적으로 상품별 투자위험을 고려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승인·한도를 정해 정기적으로 재승인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3월 관련 규정 개정, 4월 은행 거점 점포 마련·자체 점검 등을 진행한 후 오는 9월부터는 ELS 판매를 본격 재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손실 확정 계좌는 17만건으로 원금 10조 4000억원 중 4조 6000억원이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자율배상 분쟁조정 기준을 마련해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배상진행 계좌 16만 9000건 중 약 93.8%가 자율배상에 최종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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