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실적에 현금 쌓아두고도 배당 한차례도 없어 '주가 곤두박질'
서울에셋 1.8%, 소액주주연대 4.2% 지분모아 주주환원 정책 주주제안
![KT 증손자회사 '밀리의서재'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 운동을 이끌고 있는 황성민 서울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이른 시일 내 밀리의서재 측이 투명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면서 주가 부양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밀리의서재]](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3/240771_139389_09.pn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KT 계열사로 국내 최대 전자책 구독 플랫폼을 운영하는 밀리의서재 소액주주들이 '주주환원 압박'을 본격화 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데도 주가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셋매니지먼트는 밀리의서재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포함한 주주제안을 진행중이다.
이번 주주제안은 황성민 서울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가 주도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밀리의서재는 상장 후 전체 거래일 중 90%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공모가(2만3000원)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8.3%, 5.7% 늘어난 726억원, 110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이다.
게다가 현금성 자산도 600억원 이상 보유하면서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어 밀리의서재 주가 부진의 이유는 ‘주주환원정책 부재’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황성민 펀드매니저는 “밀리의서재는 순현금을 제외한 시가총액은 약 600억원 수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이 5배에 불과해 저평가 상태”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면 최소 20%의 주주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주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밀리의서재가 불필요한 현금을 쌓아두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황 펀드매니저는 모회사인 KT와 다른 주주환원 정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꼬집었다.
KT는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순이익의 50%를 배당으로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황 펀드매니저는 “밀리의서재도 KT와 같은 월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KT의 이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다르게 밀리의 서재는 상장 이후 단 한 차례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황 펀드매니저의 주장에 대해 밀리의서재 측은 ‘당사 역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 실현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답한 상태다.
서울에셋매니지먼트는 밀리의서재에 총 네 가지 방안의 주주환원 정책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130억원(2023년·2024년 당기순이익의 50%)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 3년 동안 매 분기, 당기순이익의 50%를 활용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미국식 IR(Investor Relations) 방식 도입을 위해 분기마다 실적발표회를 유튜브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 라이브로 진행하고, 경영진(CEO·CFO)이 직접 참석해 실적을 설명한 후 투자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해 줄 것을 제안서에 넣었다.
그 외 직원이 월급의 5%를 밀리의서재 주식으로 매수하면 추가적으로 회사가 5%를 지급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 도입과 업권 특성을 활용한 독서 장려 캠페인 전개 등 사회적 가치와 주주가치의 균형을 맞춰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밀리의서재에 대한 서울에셋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서울에셋매니지먼트는 보유지분 1.8%와 액트 소액주주연대의 지분 4.2%(소액주주 266명)를 결집해 총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황 펀드매니저는 “이는 개별 주주들의 산발적인 요구를 넘어 소액주주들이 뜻을 모아 경영진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강하게 촉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황성민 펀드매니저. [사진=김민수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3/240771_139822_5355.jpg)
수년 전부터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소액주주 보호를 명목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과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로 인해 기업들이 많이 주주친화적으로 변했다는 긍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황 펀드매니저는 행동주의 펀드를 단순한 투기 세력이 아니라 시장 내재가치와 주가 간 괴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플레이어’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인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할 때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하고,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계기를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적 성장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즉,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자체가 한국 시장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펀드매니저는 이번 밀리의서재에 대한 주주 제안을 회사 측이 받아들여 주주들이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주주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주주 행동주의는 단순한 단기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증시가 더 투명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밀리의서재뿐 아니라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권익 강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장기 투자 문화 확립 등의 활동을 지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