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정책결정으로 요동치고 있는 전 세계 경제가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변덕 덕분에 삼성과 애플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중국을 주 타깃으로 전방위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컴퓨터·반도체 등의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했다.

중국에 부과한 125%, 그 외 국가에 대한 10%의 상호관세를 이들 품목에는 일단 적용 유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국내 반도체 제조업계는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몰라 조만간 다른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지난 9일 밝힌 데 이어 주요 전자 제품 관세까지 추가로 보류하겠다며 다시 한 발 물러선 것은 미국 국채와 주식의 동반 하락과 물가 인상 우려 등 미국 내 여론 악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중국에 145%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계란과 화장지 등 생필품은 물론 이에 미국인이 많이 쓰는 애플의 ‘아이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스마트폰을 비롯 컴퓨터와 반도체 등은 일단 관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아이폰은 모두 해외에서 최종 조립된 수입품으로 이중 87%는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애플을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관세 충격에서 비교적 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애플 및 TSMC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별개로 펜타닐 등 마약 대응을 이유로 중국에 부과한 '10%+1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망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제조 스마트폰에 대한 20% 관세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하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그동안 예고해온 반도체 품목 관세 계획도 철회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월요일(14일)에 매우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밝혀 추가 지침이 나올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좀비 마약’인 펜타닐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 적용까지 면제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州)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나는 시진핑(習近平)과 잘 지냈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관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폭스뉴스에 “중국의 보복 관세가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확실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중국은 실용적이라는 게 내 인식이다. 국제 무대에서 힘과 현실 정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을 앞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미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핵심 기술을 생산하는 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같은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주장해왔다.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제외되면서 현재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상호관세 예외 품목에 포함되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상호관세 부과로 스마트폰 등의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가 둔화해 범용 메모리 업황도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반도체 업계에서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반도체(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은 특정한 (다른)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관세에 대해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며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