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 지속하며 애매한 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전자제품·반도체 업계, '트럼프 불확실성'에 노심초사
"HBM3E나 HBM4 같은 고사양 제품, 관세 부과 어려울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련 오락가락 관세 전략이 미국 빅테크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국내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말되 너무 불안해 하지 말라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있어선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라며 "따라서 관세 부과를 유예하거나 (부과하더라도) 작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는 당장 반도체 관세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세 유예를 지속하며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특히 국내 기업 의존도가 높은 최신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관세 부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과 그 핵심 부품과 관련해 상호관세 면제를 발표했다가, 하루도 안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들이 "관세에서 예외된 것이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 관세조사에서 전자제품을 포함해 반도체 전체 공급망을 살핀 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이에 반도체 역시 앞서 품목관세가 적용된 자동차, 철강 분야와 같이 당장 관세 리스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실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제외 품목을 보면 미국은 관세 부과시 자국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에게 불리한 품목에 대해선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애플, IBM, 델, HP 등이 생산하는 스마트폰, PC와 모니터 등  전자제품이 대표적이다. 또 인텔과 AMD,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이 생산하는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 GPU(그래픽처리장치), 전자집적회로(IC) 도 관세 예외 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문제는 국내기업은 미국 빅테크의 경쟁자인 동시에 반도체칩 등 핵심 부품 공급사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선 애플과, 메모리 반도체에선 마이크론과 경쟁하고 있다. 반면 고부가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미국 AMD와 엔비디아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이크론과 경쟁하고 있지만 HBM 에선 엔비디아의 1순위 벤더사로 영향력이 높다.

때문에 미국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에 품목관세를 부과하려면 이같은 복잡다단한 공급망 체계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시 당장 이를 공급받는 빅테크에게 가격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AI(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주도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주일 이내에 반도체 상호관세율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13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에 대한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반도체 등을 우리나라 안에서 만들고 싶다"라면서도 "다만 일부 기업들에게는 유연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AI 반도체에서 핵심 공급망 지위를 차지하는데다 이미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품목관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품목관세와 관련해 이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과 경쟁이 되는 품목이나 중국 생산비중이 높은 범용D램 등에 대해선 관세를 높게 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할 가능성은 있다"라면서도 "다만 HBM3E나 HBM4 같은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과를 유예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등 핵심 전자제품과 AI 서버, 서버용 칩 등에 대해선 국가별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방침은 "해당 제품과 핵심 부품에 대해 관세를 완전히 면제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관세라는 다른 종류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신 분석 보고서에서 "대통령은 모든 제품이 상호관세 대상이 아니고 별도 절차로 검토될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라며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은 관세 면제가 아닌 앞으로 발표될 반도체 품목관세에 포함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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