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1단계 ‘프로젝트 한강’ 진행 중
일부 은행 “개발비 부담 커” vs 한국은행 “전체 틀 구성 우리 몫”
참여은행 간 디지털화폐 사업에 대한 ‘이익 저울질’ 눈치 싸움도

한국은행이 올해 4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는 중앙 디지털화폐 테스트 사업이 1단계에서부터 개발비용 부담 등으로 은행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4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는 중앙 디지털화폐 테스트 사업이 1단계에서부터 개발비용 부담 등으로 은행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한국은행이 디지털금융 시대에 발맞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앙 디지털화폐(CBCD) 사업이 초창기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올해 4월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1단계 ‘프로젝트 한강’에서 한국은행과 참여은행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고, 심지어 참여은행끼리도 “누가 더 이익을 보느냐”는 문제를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중앙 디지털화폐 사업은 개인의 거래 은행 예금을 전환한 예금 토큰을 지정된 사용처에서 물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으로 명명된 1단계 테스트 사업은 의미 있는 거래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이용자의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 기간 중 예금 토큰으로의 총 전환 한도는 500만원으로 설정했다.

사용처는 ▲서점(교보문고) ▲편의점(세븐일레븐) ▲커피 전문점(이디야 커피) ▲마트(농협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 상점과 ▲홈쇼핑(현대홈쇼핑) ▲K-POP 굿즈(COSMO) ▲배달플랫폼(땡겨요) 등 온라인 쇼핑이었다.

문제는 1단계 테스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과 참여은행 간 갈등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보고서에서 “은행권은 현재 진행 중인 ‘1차 테스트’ 사업 진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후속 테스트의 진행 관련해서는 한국은행과 이견이 존재해 조율 중”이라고 언급했다.

참여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은행별로 수십억에 달하는 개발비용을 모두 전가하고, 방식·비용·로드맵 등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앙 디지털화폐 사업과 관련한 총괄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한국은행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상용화는 되겠지만, 과연 대중들이 얼마나 사용할지는 미지수”라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은행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즉, 중앙 디지털화폐 테스트 과정에서 은행권이 비용은 비용대로 부담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전체적인 개발 계획 등은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의 주장은 다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개발비용 대부분을 은행권에 부담을 지우고 않고 있으며, 개발과정과 향후 계획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과 관련한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 홍보와 관련 비용은 한국은행이 전부 담당했다”며 “참여은행들은 자체 앱 개발과 테스트 수행을 맡았기 때문에 개발비용을 크게 부담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1단계 프로젝트 과정 내용과 추후 계획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은행권 관계자들과 실무자들끼리 관련 내용을 꾸준히 공유해왔다”고 설명했다. 

1단계 프로젝트 과정에서 참여은행들 간 미묘한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은행 7곳이 참여했다.

테스트 기간에는 결제를 할 수 있는 가맹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일부에서는 ‘들러리 역할만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떤 은행은 테스트 참여 인원을 금방 모집하고,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결제 금액도 빠르게 늘어난 반면에 그렇지 못한 은행들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은행 규모와 디지털 시스템 구축 현황에 따라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서 테스트 사업 운용비용이 차이가 나게 된다”며 “그동안 디지털화폐 준비가 뒤쳐졌던 은행은 당연히 시스템 구축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1단계 프로젝트 종료 후 개선 필요 사항을 반영하고, 시스템 정비를 거쳐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가맹점 결제 중심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프로그래밍 기능을 기반으로 개인 간 송금 등 추가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결제 가맹점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 거래를 향후 디지털화폐 거래로 전환해 금융거래의 안정성·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한국은행의 사업 목적은 이해하겠으나, 추진 과정에서 은행권과 보다 긴밀한 협의·공조가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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