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국내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사이버 공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을 비롯해 온라인서점인 예스24, 그리고 금융기관인 SGI서울보증 등이 사이버 공격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되었거나 주요 서비스가 한동안 불통되기도 했다.

SGI서울보증은 18일 현재까지도 서비스 장애가 진행 중이다.

이중 한세실업이 모기업인 예스24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주요 서비스가 무려 11일 동안 장애를 겪었다. 2000만 회원들은 예매한 공연을 보지 못했고, 도서주문이나 전자책 등을 열람하지 못하는 심각한 불편도 겪었다.

이번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기승을 떨치고 있는 피싱 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유무형의 기업 손실은 쉽게 가름하기가 어렵다.

더 주목되는 사실은 주요 서비스가 마비된 상태에서 이뤄진 ‘부의 대물림’이다.

예스24는 6월12일 공시를 통해서 창업주 김동녕 회장이 2남1녀 중 막내 딸인 김지원 대표에게 20만주를, 그리고 손자에게(2024년생) 3만주를 각각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짜로 창업주 김동녕 회장은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200만주도 김지원 대표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한세예스24홀딩스의 세 자녀 지분이 56.9%에 달하게 돼 사실상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자에게까지 예스24 주식을 증여한 것을 감안하면 사전에 계획된 지분증여로 분석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많은 기업들도 하는 일반적인 승계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터진 랜섬웨어 해킹사태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예스24는 초기부터 랜섬웨어 해킹사실을 숨기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킹초기에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로 공지했다.

더욱이 대표이사의 사과는 해킹으로 주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지 무려 일주일이나 지난 뒤 나왔다.

사과문도 진심어린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못해 등 떠밀려서 사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현재 예스24는 창업자 장남과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대표를 맡고 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예스24의 낙후된 IT시스템이다 예스24는 윈도 2012서버 OS를 사용 중이었다. 이 운영체제는 2023년 10월 기술지원이 종료됐다. 개인PC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취약한 시스템이다.

오래된 건축물에 낡디 낡은 보안장치를 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커들에게 앞뒷문 모두 개방해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이번 해킹이 인재로 지적되는 이유이다.

예스24 모기업인 한세예스24홀딩스 창업주 김동녕 회장은 해외시장을 맨몸으로 개척해온 글로벌 경영인이다.

한세실업을 창업해서 자가브랜드 없이 글로벌 의류수출로만 2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해외시장 개척기는 국내 1세대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상징한다.

특히 베트남은 한세실업의 주력생산기지로 현지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규모만 연간 10억달러(1.3조원)에 달한다.

2001년 설립이후에만 약 2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해 현지에서 사랑받는 한국기업중 하나다. 모두 창업주의 땀과 눈물이 이뤄낸 결과다.

2003년에 인수한 온라인서점인 예스24는 국내 톱3 인터넷 서점으로 고객 신뢰도에서 업계 1위인 교보문고와 치열한 경쟁하고 있다. 창업주가 패션과 문화콘텐츠를 연결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해 놓은 덕분이다.

이제 창업주의 역할은 마무리 중으로 보인다.

지주사인 한세예스24 홀딩스 지분은 3자녀가 56.9%를 보유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지분승계가 이루어졌다고 창업정신도 같이 승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아워홈이나 한국콜마 사례에서 보듯이 2세들의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한국형 자본주의에서 ‘부의 대물림’은 많은 기업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장의 평가없이 이루어진 ‘부의 대물림’은 기업의 신뢰도와 존립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예스24 해킹사태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예스24의 해킹사고 대처능력을 보면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뺀 채 단순히 ‘부의 대물림’만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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