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국제해저기구(ISA)가 캐나다 심해저광물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로 인해 TMC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고려아연의 투자 적절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4일 AFP,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A는 최근 폐막한 제30차 연례 총회에서 산하 법률기술위원회를 통해 TMC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AFP는 ISA 이사회가 법률기술위원회에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며 관련 조치가 TMC를 지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즈도 TMC의 독단적 심해 채굴 추진을 거론하며 “ISA가 협약 서명국들의 규범 불이행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대응이 알려지자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7월 24일 나스닥 시장에서 8.1달러였던 TMC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월 1일 기준 5.87달러로 마감했다. 누적 하락률은 25.3%이다.

올해 3월 TMC는 국제해역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적 심해저 채굴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상업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ISA의 관할권을 무시하고 미국의 인허가를 받아 독단적으로 채굴을 추진한 것으로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ISA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1994년 이행협정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 국제기구다. 공해 해저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고 탐사·채굴 활동을 규제·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TMC가 ISA의 허가 없이 일방적으로 심해저 탐사를 추진하면서 국제적 합의를 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ISA는 지난 3월 레티치아 카르발류 사무총장 명의 성명을 통해 “(TMC의)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도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며 다자주의의 근본 원칙과 해양의 평화적 이용, 유엔해양법협약 하에 구축된 집단적 해양 거버넌스 체계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ISA가 특정 기업의 활동에 대해 공개 성명을 내고 경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IS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TMC의 규정 우회 시도가 국제법·UNCLOS 전체의 통합성과 포괄적 체계를 훼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심해저 탐사 규정 위반 시 계약 해지·정지·벌금 등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사회 역시 TMC의 독단적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ISA 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루이사 카슨 캠페이너는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rogue actor)로부터 다자주의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며 각국이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팔라우 공화국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은 “심해 개발은 태평양 도서국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이라 비판했다.

심해보존연합(DSCC)의 공동설립자 메튜 지아니도 “ISA가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제는 TMC와 그 자회사들도 탐사 계약을 상실할 실질적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이러한 TMC에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6월 TMC 지분 5%를 약 1165억원에 인수했고, 추가 옵션 행사 시 투자 규모는 최대 1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은 “원료 확보와 미국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 밝혔다.

이번 ISA 조사로 인해 ‘그린워싱’ 회사를 지원한 기업으로 비판 받을 위기에 처했다.

루이사 카슨(Louisa Casson)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캠페이너는 “정부들이 이 중대한 시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더 단호한 태도로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rogue actor)로 부터 다자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며 “각국은 심해채굴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심해는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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