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희건설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8/250629_150436_1214.jpg)
【뉴스퀘스트=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수사와 압수수색에 관한 뉴스가 넘친다. 언론진흥재단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의 뉴스 334만4590건 중 압수수색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는 1만8409건으로 5.5%가 넘는다.
정치적인 사건들이 많다 보니 단순한 뉴스 차원을 넘어서 난해한 법적 논쟁도 흔한 일이 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은 얼치기 변호사 뺨치는 형사법 전문가가 되었다.
그러나 압수수색이라는 말을 접할 때면 ‘다 쓸어가겠구나’라고 생각할 뿐, 내용에 대해서는 막연하다. 그런데 압수수색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의 복마전이 벌어지는 전장이다. 압수수색에 관해서 잘 알면 뉴스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현장이 보이는 것이다.
긴박한 압수수색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A는 상장회사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A는 회계 부서로부터 ‘영업이익 급등 및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보가 공개되기 전 친구 B 명의로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고, 지인 C, D에게 정보를 알려주어 C, D도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다.
경찰이 A의 주거지와 회사 대표이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A의 주거지 아파트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A의 처가 문을 열고 나왔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의 취지를 설명한 후 집안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A가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A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에 참여하도록 안내했고, 곧 A가 집에 도착했다. 경찰은 A가 도착하자 A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 한 후 압수를 진행했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1) 압수할 물건: ‘A의 주거지에서 보관하는 서류, 메모지, 다이어리,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 등 전자정보 저장장치’
(2) 범죄사실: ‘A가 회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고, 미공개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
경찰은 거실에 있는 A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체를 이미징한 복제 파일과 USB 저장 장치를 압수했고, 안방에 있던 A의 휴대폰도 압수했다. 여기저기 수색하던 중 서재에서 장부를 발견했는데,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내용을 기록한 장부였다. 경찰은 횡령 장부도 압수했다.
[대표이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1) 압수수색할 장소: ‘회사의 대표이사실’
(2) 압수할 물건: ‘회사 대표이사실에서 보관하는 서류, 메모지, 다이어리,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 등 전자정보 저장장치’
회사 대표이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중 회계 부서 직원이 대표이사실 앞을 지나가다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대표이사실에 들렀다.
당시 회계 부서 직원은 미공개정보 보고서와 A의 주식 보유 내역에 관한 서류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A가 B 명의로 매수한 주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찰은 회계 부서 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서류(미공개정보 보고서, A의 주식 보유 내역)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를 마치고 압수한 물건 내역을 기재한 압수물목록을 작성해 A에게 교부 해 주었고, 경찰서로 돌아와 압수수색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압수조서를 작성해 기록에 편철 했다.
경찰은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는 특별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압수한 휴대폰을 탐색해 A가 B 명의로 주식을 매수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파일을 찾아냈다.
이 문자메시지 파일을 복제, 출력해 수사기록에 편철 했다. 경찰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을 탐색, 복제, 출력할 때 A와 A의 변호인에게 미리 연락했으나, 모두 참여를 포기했다.
경찰은 A를 소환해 조사하기 전, A가 소지하던 휴대폰을 제출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A는 경찰서의 험악한 분위기에 위압된 상태이기도 했고, 금방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A가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하자 경찰은 이미 휴대폰을 압수하였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A의 휴대폰을 탐색해 A가 지인 C, D에게 미공개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의 문자 파일을 찾아내 이를 복제, 출력한 다음 수사기록에 편철 했다.
마찬가지로 A와 A의 변호인은 참여를 포기했다.
경찰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뿐만 아니라 압수한 횡령 장부를 토대로 A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사는 A를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A는 수사기관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분에 대한 증거로는, 주거지에서 압수한 휴대폰에서 탐색한 문자 파일, A가 제출 한 휴대폰에서 탐색한 문자 파일, 회사 대표이사실에서 압수한 서류(미공개정보 보고서, A의 주식 보유 내역),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A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있었다.
그리고 업무상횡령 부분에 대한 증거로는, 주거지에서 압수한 횡령 장부와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A에 대한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있었다.
A는 법정에서도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검사가 신청한 증거에 대해서도 이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모두 동의하였다.
그런데 법원은 A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법원은 검사가 신청한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라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이었다.
압수한 증거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압수수색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위법하다니 당황스럽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보자.
압수수색의 적법성은, 순수한 절차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순수한 절차적인 측면에 관해서 살펴보자.
먼저 주거지 압수수색에는 집주인과 같은 주거주(住居主) 등이 참여해야 한다. 빈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웃이나 동사무소 직원이라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데, 영장 제시는 상대방이 영장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피압수자에게 미리 알려주어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압수자가 피의자라면 영장 사본도 교부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피압수자에게 미리 알려주었을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경우라면 나중에 알려주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압수수색을 마치면 압수한 물건의 목록 즉, 압수목록을 작성해 피압수자에게 교부 해 주어야 하고, 압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압수목록을 작성해 기록에 편철 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주거주(住居主)인 A의 처가 참여했고, A의 처에게 영장을 제시했으며, 피압수자인 A에게 연락해 압수수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A에게 영장 사본도 교부 해 주었다. A에게 미리 알리지는 않았으나, 증거인멸의 염려 때문이므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순수한 절차적 측면에서는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내용적 측면에 관해서 살펴보자.
압수수색은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장소와 물건에 대해서만 집행해야 하고, 영장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만 집행해야 한다.
경찰은 A의 주거지에서 휴대폰을 압수했다. 그런데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을, ‘A의 주거지에서 보관하는 서류, 메모지, 다이어리,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 등 전자정보 저장장치’라고 하고 있다.
영장의 압수할 물건 난에 휴대폰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휴대폰도 전자정보 저장장치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휴대폰은 전자정보 저장장치의 기능 외에도 음성, 문자 송수신, 위치 정보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은 영장에 명시된 경우만 압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주거지에서 한 휴대폰 압수는 위법하고, 휴대폰에서 탐색한 문자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
경찰은 A의 주거지에서 횡령 장부도 압수했다.
그런데 영장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만 압수수색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횡령 장부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죄사실인 미공개정보 이용 및 제공 혐의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횡령 장부를 압수한 것은 위법하고, 증거능력이 없다.
경찰은 대표이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회사 대표이사실에 잠깐 들른 회계 부서 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서류(미공개정보 보고서, A의 주식 보유 내역)를 압수했다.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을, ‘회사 대표이사실에서 보관하는 서류, 메모지, 다이어리,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 등 전자정보 저장장치’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대표이사실에 잠깐 들른 회계 부서 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서류가 ‘회사 대표이사실에서 보관하고 있던 서류’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다. 회계 부서 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서류는 압수수색 당시 대표이사실에 ‘현존’하는 서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서류는 ‘보관’하는 서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계 부서 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서류(미공개정보 보고서, A의 주식 보유 내역)에 대한 압수는 위법하고, 증거능력이 없다.
이제 A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휴대폰에서 발견된 문자 파일만 남았다. 여기서는 임의제출물의 압수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압수는 영장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소유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일단 압수되면 영장에 의한 압수이건, 임의제출물의 압수이건 그 압수의 효력은 똑같다. 즉 일단 압수되면 마음대로 돌려받을 수 없고 범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제출물의 압수에 대해서는 특별히 ‘임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임의성’이란, 제출 여부를 자유로운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압수의 효력 즉 일단 압수되면 마음대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그 압수는 위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경찰서의 위압된 분위기에서, 더구나 압수의 효력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휴대폰을 제출했으므로 ‘임의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A가 제출한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위법하고, 휴대폰에서 발견된 문자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모든 압수물이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안을 단순화해 꾸며낸 이야기지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에 관한 뉴스 기사를 접하게 되면 이 사건을 떠올리며 상상해 보자.
어떤 물건을 압수했을까? 압수 절차는 적법할까? 압수한 물건은 증거능력이 있을까? 뉴스가 한층 더 실감 나게 그려질 것이다.

<조기제 변호사 프로필>
- 서울 상문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사법고시 44회 합격
- 사법연수원 34기 수료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 (현)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
- 세무사, 형사전문변호사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관련기사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한 상법 개정, 투자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④] 천권(天權), 살인사건을 수사할 권한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③] '너의 이름으로'…명의신탁에 대하여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②] 6.27부동산 대책에 늘어나는 계약 해제...계약금은 전부 포기해야 하나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①] 스테이블코인부터 디지털자산법까지…가상자산 대전환기의 과제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⑦] 부당해고에 맞선 김부장의 '분투기'…이겨도 상처 뿐인 구제(救濟)제도 유감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⑧] 더 센 상법 국회 본회의 통과…'집중투표제'가 뭐길래
- [조기제 변호사의 로(Law) 인사이트⑨] 죽느냐 사느냐,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생존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