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2분 만에 내게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시니어즈' 창업
일자리 플랫폼을 넘어 시니어의 삶 전반 케어하는 게 목표

인터뷰 중인 김진희 메타본 대표.
인터뷰 중인 김진희 메타본 대표.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금 시니어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막히는 건 두 가지예요. 정보의 과부하와 디지털 접근성의 격차죠.”

시니어 구직 플랫폼 ‘시니어즈(SENIORZ)’를 운영하는 김진희 메타본 대표는 “중장년층들이 일자리가 있어도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창업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세대처럼 여러 플랫폼을 자유롭게 오가며 검색하고 필터링하기 어려운 시니어들이 하루 수만 건씩 쏟아지는 게시판식 공고 앞에서 좌절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는 것이다.

“은퇴 후 부모님이 달라졌다”…가족에서 출발한 문제의식

그의 마음을 움직인 배경에는 가까운 가족의 변화가 있었다. “제 어머니는 30년 교직 후 은퇴하셨는데, 그 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점점 무기력해지셨어요. 사회적 관계 상실과 무력감이 찾아온 거죠.” 김 대표는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저희 어머니 같은 시니어분들에게 다시 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채워드리고 싶었습니다.”

메타본은 2022년 1월 6일 창업했다. 처음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티켓팅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NFT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같이 창업한 전중달 CTO는 네이버 공채 동기 출신으로, 각각 10년과 7년간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해 온 경험이 있다. 창업 멤버 대부분이 1987~88년생으로 부모님 세대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라는 점에서 ‘시니어 문제’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다음 과제가 되었다. 부모 세대가 건강하고 일할 의지가 있음에도 사회와 단절되어 가는 현실이 이들에게 문제의식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은퇴 연령대에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만 약 712만 명에 달한다. 이 중 70% 이상이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하지만, 월평균 연금 60만 원의 현실과 OECD 국가 중 1위인 40%의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냉혹하다.

김 대표는 시니어 문제를 건강, 고독, 빈곤 세 가지로 요약하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완화할 현실적 해법은 결국 일자리”라고 말했다. “일을 하면 활동성이 늘고, 사람을 만나며, 소득이 생기죠. 단순히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활력과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노령층 문제 해결을 위해 시니어즈를 한 두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단순한 구직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교육·여행·금융 등으로 확장하고 시니어들이 삶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AI가 ‘시니어 비서’로… “2분 안에 일자리 완성”

시니어즈의 중심에는 ‘AI 에이전트(AI Agent)’ 기술이 있다. 국내 25개 구직 플랫폼에서 매일 약 110만 건의 공고를 자동으로 수집해, 근무시간·업무강도·직무유형 등 시니어 친화 키워드로 분류한다. 사용자는 몇 가지 간단한 질문(앉아서 일하길 원하는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은지,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루는지 등)에 답하기만 하면 된다.

김 대표는 “답을 입력하는 동안 백엔드에서 후보군이 계속 줄어들고, 마지막 질문을 마치면 3~4초 안에 결과가 뜹니다. 평균 2분이면 지원까지 가능하죠.”라며 “AI가 시니어의 개인 맞춤형 구직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니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UI·UX 설계 철학을 강조했다.

“40대 이후 절반 이상이 노안을 겪습니다. 젊은 세대와 같은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적용하면 안 돼요.” 그래서 시니어즈는 20포인트 이상의 큰 글씨, 명확한 색상 대비,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단순한 메뉴 구조를 채택했다. 복잡한 절차 없이 카카오 간편가입으로 시작해, 지역·근무 형태·직무 순으로 자연스럽게 안내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재 시니어즈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일자리는 요양·간병, 경비·건물관리 등 공공 일자리 중심이다. 이는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무직이나 상담직 등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는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소진돼 “일자리가 없다”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김 대표는 “충원된 포지션은 즉시 비가시화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적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즈가 다루는 데이터의 상당수는 공공기관의 오픈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민간 채용 정보도 기술적으로 수집이 가능하지만, 데이터 신뢰성과 저작권 문제를 고려해 제휴를 맺은 뒤 확장할 계획이다. 시니어즈 정식 론칭 전 5개월간 진행된 베타 서비스에서는 약 6000 건의 구직 지원이 이뤄졌다. 다만 실제 채용 성사율은 외부 기관의 통보 한계로 아직 집계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플랫폼이 커지면 채용처도 데이터를 공유하게 될 것이고, 그때는 매칭률과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수수료를 내고 급하게 필요한 인력을 찾는 ‘번개 일자리’ 방식이다.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조건이 맞는 이용자에게만 카카오 알림을 보내 신속하게 매칭을 돕는다.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 발송하는 스팸형 모델은 지양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도달하는 초정밀 매칭 방식을 지향합니다”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AI는 시니어의 동반자”…기술로 일의 존엄을 되찾다

현재 메타본은 대표와 CTO, 기획·디자인, 개발 담당 등 4명으로 구성된 소수정예 팀이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김정호 대표를 포함한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초기 자금을 확보했고, 엑셀러레이터 ‘베터그라운드’와 정부 지원금도 받았다.

김 대표는 “안정화를 3~4년 뒤로 미룰 수는 없다”며 “내년 초까지는 반드시 유의미한 매출화 신호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AI의 역할은 분명하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기술이 좋은 AI입니다.” 김 대표는 시니어즈가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니라 시니어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조력자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메타본은 음성 기반 자기소개서 자동 작성 기능과 AI 증명사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후자는 이미 개발을 마쳤으며, “손가락보다 말로 구직하는 세상, 그게 시니어즈가 꿈꾸는 미래”라고 말했다.

결국 김진희 대표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일을 통한 존엄의 회복’이다.

그는 “AI가 시니어의 삶에서 방대한 정보를 대신 읽고, 대신 걸러서 2분 안에 최적의 답을 건네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람 중심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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