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분 5% 이상 기업중 5곳중 1곳 순익 내고도 '배당 10% 미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5곳 중 1곳은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이 전혀 없거나 순이익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자산 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하고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과거보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예고한 셈인데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들 '짠물 배당' 기업들에 대한 어떤 압박 강도를 높일지 주목된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가운데 67개사(21.4%)는 2018사업연도 배당성향이 10% 미만이거나 배당금이 전혀 없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지배주주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로,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 투자기업 8.3%는 배당 '0'

313개사 중 26개사(8.5%)는 2018사업연도에 순이익을 냈지만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셀트리온(국민연금지분율 8.11%)의 경우 2018사업연도 지배주주순이익이 2618억원, 이익잉여금이 1조7018억원이었지만 배당금은 '0'였다.

두산인프라코어(국민연금지분율 6.14%)와 팬오션(국민연금지분율 5.81%)도 각각 2464억원, 1524억원의 지배주주순이익을 냈는데도 배당은 없었다.

또 나머지 41개사의 배당성향은 국내 상장사 평균의 절반 미만인 10%에도 못 미쳤다.

SK하이닉스(국민연금지분율 10.24%)는 지배주주순이익 15조5401억원의 6.60%인 1조260억원을 배당했으며, 지배주주순이익 3조3578억원인 효성(국민연금지분율 10.00%)의 배당성향은 3.03% 뿐이었다.

HDC(국민연금지분율 10.87%)의 경우 지배주주순이익 9171억원에 배당금은 86억원(0.94%)으로 배당성향이 1%에도 못미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평균 배당성향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23.68%, 코스닥시장 37.04%다.

지난해 10월11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수탁자 책임원칙을 강조하는 운영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지난해 10월11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수탁자 책임원칙을 강조하는 운영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 국민연금, 중점관리사안 선정 '손 본다'

앞서 국민연금은 작년 말 채택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서 배당성향이 낮고 합리적인 배당정책이 없거나 해당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들에 대해 비공개대화 대상기업,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공개중점관리기업 등 단계를 거쳐 개선이 없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정기 주주총회 때 주주제안 등을 통해 적극적 주주활동에 착수할 방침이다.

앞서 작년 11월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스튜어드십 코드(자산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의 배당성향이 투자하지 않은 기업보다 약 55%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홍정민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주주권 행사의 구체적인 방향과 절차를 마련함에 따라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해졌다"며 "국민연금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활동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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