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전 세계 3분의 2, CBDC 도입할 듯"
중국, 유럽, 미국 등 시범 운영 및 연구 돌입
한은, 오는 6월 CBDC 2단계 모의실험 진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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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기존 실물 화폐가 필요없는 '디지털화폐' 시대가 임박했다.

세계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다.

중국이 디지털화폐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고, 미국, 영국 등이 잇따라 기초 연구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국내 시장에 적합한 모델을 찾기 위한 모의실험을 진행하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0%가 CBDC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81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CBDC란 이름처럼 중앙은행(CB)이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화폐(DC)로, 동전이나 지폐 같은 실물화폐를 대체하는 명목화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 형태로 발행된다는 점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 비슷하다. 

그러나 민간에서 발행된 가상자산과 달리 CBDC는 중앙은행 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기 쉽고, 가격이 기존 실물화폐와 연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이 시범 발행한 '디지털위안'과 최근 미국이 개발 연구에 나선 '디지털달러'가 대표적이다.

BIS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절반 이상이 CBDC를 개발하고 있거나 구체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3분의 2 이상이 중·단기적으로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CBDC에 대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BIS가 지난 2020년 전 세계 66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기관의 약 83%가 CBDC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디지털 솔루션으로의 전환과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이 CBDC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세계 주요국가의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CBDC 선도국가로 거론되는 중국은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위안' 도입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운영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 7월 착수한 '디지털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2년 관련 이슈를 검토한 이후 CBDC 도입을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디지털달러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도 최근 CBDC 개발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월 CBDC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데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디지털달러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다.

이외에도 일본, 스웨덴 등 국가들이 기초연구 또는 모의실험을 실시하며 CBDC 도입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폐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한국도 최적의 CBDC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모의실험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1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CBDC 도입을 위한 1단계 실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1단계 실험을 통해 CBDC의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6월까지 이어지는 2단계 모의실험을 통해 통신이 단절된 상황에서의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예술품·저작권 등 디지털자산의 거래, 국가 간 송금 등의 확장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CBDC 이용자의 익명성 보장 등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의 적용 가능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측은 "국제적으로 CBDC 설계 및 운영 방식 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모의실험 연구를 통해 실제 적용 가능성이 높은 설계 모델과 기반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국내 금융, 경제 환경에 적합한 CBDC 설계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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