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결혼’에서 ‘세기의 이혼’ 2심 결말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승’
방시혁 의장 등 하이브를 팥쥐로, 본인을 콩쥐로 비유한 민희진 대표 직위 유지
약자가 강자를 이긴 대형 법적 소송 결과에 일반 국민들의 관심 급상승

지난 30일 국내 최대로펌 '김앤장'이 ‘최태원 vs 노소영’, ‘방시혁 vs 민희진’ 소송전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각종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컴퓨터그래픽 합성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국내 최대로펌 '김앤장'이 ‘최태원 vs 노소영’, ‘방시혁 vs 민희진’ 소송전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각종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컴퓨터그래픽 합성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영화 ‘록키’를 보면 주인공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 무쇠로봇과 같은 상대 복서에서 경기 초중반 심각하게 얻어맞다가 후반에 극적인 승리를 쟁취한다.

역경을 딛고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영화 스토리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록키는 속편까지 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록키 시리즈의 줄거리는 성경에 실려 있는 양치기 소년 다윗이 커다란 덩치를 가진 군인 골리앗에 돌팔매질로 이기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법적 소송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형국을 띈 2가지 판결이 나와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최태원 vs 노소영’, ‘방시혁 vs 민희진’ 소송전이다.

먼저 지난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내용을 담은 2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1심 재판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 분할 액수를 책정했다.

이번 소송전이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되는 이유는 양측이 고용한 로펌의 인지도·규모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사무소 소속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노 관장은 법무법인 율우 등 중소형 로펌소속 전관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김앤장은 지난해 매출 약 1조 3000억원으로 국내 로펌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번 재판에서 이런 명성이 무색하게 패배의 쓴잔을 들게 됐다.

상황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놓고 벌이고 있는 공방전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배출하면서 급성장했는데 최근 민 대표가 하이브에서의 독립을 꿈꾸며 내부 반란을 모색했다는 게 하이브 측 주장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기한 의혹에 정면 반박하면서 하이브를 팥쥐로, 본인을 콩쥐로 비유하면서 소송전 승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법원은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임 또는 사임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고,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재판부가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민 대표는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하이브가 이번 소송전에 꾸린 변호인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용한 ‘김앤장’이었고, 민 대표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이었다.

국내 로펌계의 골리앗으로 평가받는 김앤장이 이달 30일 하루에만 2건의 대형 소송전을 연달아 패배한 셈이다.

그 결과, ‘최태원 vs 노소영’, ‘방시혁 vs 민희진’ 소송전는 주요 언론사 메인 뉴스 자리를 차지했고, 각종 온라인상에서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 변호인단은 2심 선고 직후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 의사를 밝혔고,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제외한 어도어 이사회 경영진을 모두 하이브 측 인사로 갈아치워 양측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종 승리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팍팍한 삶에 지친 대중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벌어진 것 자체에 이미 커다란 흥미를 느끼고 있다.

대기업(SK, 하이브)와 대형로펌(김앤장)이 손을 맞잡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소송전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 중 누가 이기든, 방 이사장과 민 대표 중 누가 옳았든 일반 국민들의 삶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건의 대형 소송전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노소영과 민희진이 거대한 부에 저항하는 약자로 비춰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돈이 ‘적은’ 자가 돈이 ‘많은’ 자를 꺾는 스토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대기업과 대형로펌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서 이기는 일을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판결은 이런 예상을 뒤엎는 대반전이었다.  그래서 일종의 통쾌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국민도 적지않았으리라 본다.  늘 힘들고 팍팍한 인생사에 반전이 일어나길 바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전을 보면서 강자와 약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만 바라보고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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