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의결 당시 코스피 지수 오히려 상승
키움증권 “시장 가격 변화의 요인은 증시 기초체력과 매크로” 강조
외국인 이탈 우려 있지만, 韓 증시 ‘저평가’로 추가 하락 가능성 낮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정치권과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과거 대통령 탄핵 당시 코스피 지수가 우상향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2/235664_133386_5858.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대통령 탄핵 당시 금융시장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펼쳐졌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는데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가 역사적으로 저점을 형성하고 있을 때 코스피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
5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과거 대표적인 대통령 탄핵 정국이 벌어진 시기는 2004년과 2016년이다.
먼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의결 당시에는 국회가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어 그 해 5월 헌법재판소 탄핵사유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관련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2004년 3월 12일) 코스피 지수는 이전 거래일 대비 2.43% 하락했지만, 이후 ▲+2.78%(D+5) ▲+1.75%(D+10) ▲+4.00%(D+20) ▲+6.67%(D+30)로 상승세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의결 때도 코스피 지수에는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등의 사건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는 8:0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이 인용됐다.
이때 당시 코스피 지수는 탄핵 의결 당일(2016년 12월 9일) 0.31% 떨어졌지만, ▲+0.60%(D+5) ▲+0.68%(D+10) ▲+0.09%(D+20) ▲+1.21%(D+30)로 올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금융시장 내에서 탄핵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생한 ‘계엄령 선포, 해제, 탄핵 정국 돌입’이라는 갑작스러운 초유의 정치적인 돌발 변수가 출현했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주입시킬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계엄령 선포 후 해제까지 6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 등 계엄령 사태가 초당파적인 국회 동의로 인해 신속하게 해결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여당과 야당의 마찰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수록 정치적 불확실성뿐 아니라 정책 공백도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인 주가, 외국인 수급 변동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버린 리스크’(채무불이행, 국가 신용도 하락 등을 야기하는 것)로 전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외신·투자은행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단기적 불확실성만 높아질 뿐 주가 하락의 장기화, 소버린 리스크의 전이 가능성 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금융시장 가격 변화를 만들어낸 본질적인 요인들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매크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이번 탄핵 정국이 소버린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 2450선 내외에서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역사적 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과 시장안정 조치 등에 현 지수 부근에서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4주 연속 순매도 중이며, 이 기간 동안 약 19조원을 팔아치웠다.
김대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에 대한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도 있다”며 “만약 신용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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