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성과는 매년 승승장구...유저 불만은 야금야금 쌓여가
게임 서비스 운영 미흡,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 등 지적돼
야심차게 준비한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의 흥행 실패
결정타였던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태'...바닥난 유저 민심

"넥슨을 돌아보는 일은 한국 게임사(史)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는 말이 나올만큼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은 더할 수 없이 크다.

세계 최장수 상용화 MMORPG(바람의나라),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 게임(퀴즈퀴즈), 국내 최다 이용자 보유 게임(메이플스토리), 국내 게임업계 최초 매출액 1조원 달성(2011년) 등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최초, 최다' 등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 '맏형'으로 자리매김하며 게임 업계의 표준을 세우고 게임사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조작으로 인한 유저 기만 문제,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비판, 표절 문제, 서든어택2·메이플스토리2 등 후속작의 미진한 흥행 성과 등은 오랫동안 넥슨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넥슨이 지난 26일자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전인 1994년 12월 26일, 조그만한 오피스텔 방 한켠에서 시작된 회사는 이제 연매출 4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글로벌 게임개발사로 우뚝섰다.

'국민게임'이라 할 수 있는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 중인 넥슨의 신작 발매나 업데이트 소식은 여전히 많은 게임 유저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넥슨은 한국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자사 대표 IP(지적재산권)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유료 아이템 피해 이용자에 200억원이 넘는 보상을 결정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김민우 기자]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갖춘 넥슨이 수익적인 측면에선 매년 승승장구해왔지만, 각 게임 유저들의 불만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새 불만이 쌓이고 쌓인 유저들은 조금씩 이탈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김민우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넥슨이 2000년대 중후반 국내 게임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고른 유저 확보'가 큰 역할을 했다.

2D 캐릭터 기반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를 즐겼고, 축구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피파온라인'을 플레이했다.

여기에 FPS(1인칭 슈팅 게임)의 강자 '서든어택'과 레이싱 장르의 '카트라이더'까지 모두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업계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인기게임을 넥슨이 섭렵한 셈이었다.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갖춘 넥슨이 수익적인 측면에선 매년 승승장구해왔지만, 각 게임 유저들의 불만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새 불만이 쌓이고 쌓인 유저들은 조금씩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넥슨이 게임을 인수한 후 운영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유저들도 있었고,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했음에도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거나 지나친 현질(현금결제) 유도에 질린 이들도 있었다. 타 게임사들이 더 흥미롭고 훌륭한 게임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레 넥슨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들도 있기도 했다.

◇ '유저 사랑'으로 큰 넥슨...지나친 상업성, 운영 미흡으로 겜심 '와르르'

넥슨은 '피파온라인3'의 국내 서비스를 맡았다. [넥슨 제공=뉴스퀘스트]
넥슨은 '피파온라인3'의 국내 서비스를 맡았다. [넥슨 제공=뉴스퀘스트]

"'피파온라인2' 시절까지는 피망에서 국내 서비스를 도맡아했어요. 거의 매일 플레이할 정도로 좋아했었죠. 그러다 '피파온라인3'부터 넥슨이 운영을 시작했는데, 엔진이 부자연스럽고 오류가 많았었어요. 카드 뽑기나 PvP 대결에서도 "왜 이렇게 운영을 할까" 의문이 많이 들기도 했었고요. 그때부터 사실상 '피파'를 잘 안하게 된 것 같아요. 이후에 '피파온라인4'가 나와서 한번 플레이를 했는데 '피파3'보다 더 재미없게 느껴져서 완전히 접었던 기억이 나요"(양민식 29·남)

지난해 3월 한 유저가 '서든어택' 게시판에 올린 '핵 막는 방법'의 글. 조회수가 2만명이 넘고 댓글이 90개가 달릴만큼 유저들의 많은 이목을 끌었다. [서든어택 홈페이지 캡쳐=사진]

"중학생 시절부터 서든어택을 오래 해왔는데 핵을 쓰는 유저들이 너무 많았어요. 3판을 하면 한판은 핵 때문에 5분 내내 죽기만 하던 때가 있었어요. 게임을 나가면 페널티가 있으니 나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었죠. 한번은 사용자 게시판에 핵 좀 제발 잡아달라고 항의글을 올렸는데, 그후로도 핵을 잡으면 또 다른 핵이 생기고 하는 악순환만 일어나더라구요"(임준영 27·남)

"메이플스토리를 하다보면 캐시템을 사는 경우가 많아져요. 캐릭터 레벨이 낮을 때는 캐시템 없이도 레벨 올리는 재미에 플레이를 했는데, 점점 레벨이 오르면서부터는 캐시템이 있어야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돈을 많이 써야 재밌어지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어요. 종종 같은 서버 유저들이랑 지금 캐릭터를 현금으로 환전하면 얼마가 나올까하는 얘기도 나누기도 했었죠"(박민지 28·여)

이같은 유저들의 비판들이 이어지며 한때 넥슨을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으로 부르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을 개발한 게임사를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온만큼, 넥슨 자체의 게임 개발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유저들도 조금씩 늘어갔다.

넥슨이 지난 2016년 야심차게 내놓은 '서든어택2'. 하지만 지나친 선정성과 전작 수준의 평이한 게임 플레이 등으로 결국 두달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 제공=뉴스퀘스트]

넥슨이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내놓은 '메이플스토리2'와 '서든어택2'의 흥행 실패는 이 의문에 방아쇠를 당긴 게임이 돼버렸다. 

201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서든어택2'는 출시 전만해도 비슷한 장르 게임 '오버워치'를 넘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출시 이후 지나친 선정성과 전작 수준의 평이한 게임 플레이 등의 문제가 지적되며 흥행 실패를 겪었고, 결국 출시 두달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앞서 1년전에 발매된 '메이플스토리2' 역시 아쉬운 운영과 최적화 문제 등이 유저들 사이에서 제기되며 전작 흥행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중국, 글로벌, 일본 등에서는 2020~2022년에 서비스를 종료하며 현재 국내 서버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성장통'이라고만 하기엔 넥슨엔 뼈아픈 실패였다. 무엇보다도 전작들이 '국민게임' 반열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만큼 넥슨으로서도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철우 변호사, 권혁근 변호사, 서대근 원고 대표가 19일 총 508명의 게임 유저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및 환불소송 소장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왼쪽부터) 이철우 변호사, 권혁근 변호사, 서대근 원고 대표가 지난 2월 19일 총 508명의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및 환불소송 소장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그리고 2021년 일어난 메이플스토리의 확률조작 사건은 그간 게임을 애정해왔던 유저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일로 기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넥슨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유저들은 넥슨을 상대로 단체소송 진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었다. 

"처음에는 유저들끼리 농담식으로 했었는데, 그게 진짜라고 하니 너무 충격적이었죠. 게임사가 유저들을 본인들 돈벌이 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정말 같은 서버에 있는 많은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를 접었어요. 저도 그후에 2~3개월 플레이를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완전히 접고 떠났죠"(박민혁 28·남)

"사건 발생 이후에도 플레이를 간간히 하긴 하지만 재밌어서라기보단 그간의 정이 아쉬워서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더 강해요. 확률형 조작 사건은 정말 메이플 유저들한텐 큰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다른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그런 게임을 왜 하냐고까지 하기도 했어요. 15년 넘게 애정을 갖고 했던 게임에 대해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죠"(이정민 29·남)

7일 킨텍스에서 열린 'NEXT' 쇼케이스. 이날 현장에는 2500명의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참석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지난 7일 킨텍스에서 열린 'NEXT' 쇼케이스. 이날 현장에는 2500명의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참석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이같은 유저들의 목소리는 지난 7일 열렸던 '메이플 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튜버 '듀나스'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같이 유저들이 뒤통수 맞는 일들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며 "넥슨이 안좋은 뉴스로 방송에 나오기보단 더 많이 유저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수(23·남)씨도 "넥슨이 너무 돈에만 매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존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다시 게임에 투자해서 풍성한 콘텐츠를 제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확률형 아이템 조작'..."책임은 졌지만 게임업계에 악영향 미쳐"

게임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태가 국내 게임업계에 많은 악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송에서도 드러났지만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서 결정적으로 확률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져 버렸기 때문에 게임 산업 전체가 도매급으로 넘어가며 심각한 이슈를 가져왔다"며 "그 부분에서 넥슨이 국내 게임 산업에 굉장한 악영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됐고 궁극적으로는 협의를 통한 해결이라는 선례까지 만들긴 했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서 확률형 아이템이 갖고 있는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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