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시중 은행장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간담회’ 개최
“차기 대권 위한 행보에 불과” vs “정치권 ‘상생금융’ 협력 의지 엿보여”
탄핵 정국 속 금융당국의 ‘야당 눈치’ 보는 모습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기념 촬영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569_136765_1520.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제1야당 대표가 주요 시중 은행장을 한 자리에 모아 민생 경제 회복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이달 중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가나다 순) 등 6개 시중 은행장을 만난 후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제1야당 대표가 ‘민생 경제 회복’을 주제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시점에서 굳이 은행장들을 소집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특히 가산금리 인하 등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거론되지 않고, 은행권 상황과 입장에 대한 ‘경청’에 방점을 찍은 간담회가 무슨 실효성이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엇을 강요해 뭘 얻거나, 강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기관에 필요한 것을 들어보고 정치권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보려는 자리”라고 간담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6개 시중 은행장과 현장 간담회는 ‘가짜 민생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6대 은행장들을 소집해 군기 잡기에 나섰다”며 “민생경제 회복, 상생금융 확대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민생 행보를 가장한 이 대표의 ‘대권 놀음’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고 반문했다.
은행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모든 시중은행들이 상생금융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번 이 대표의 은행장 간담회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얻기’ 식의 행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각종 상생금융 프로그램은 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국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상생금융 프로그램이 윤석열 정부 지지율에 얼마나 기여했을지는 수치상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이 대표의 간담회도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간담회가 단순히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정치권의 진심이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 제1야당 대표와 은행권의 만남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거리감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정부와 여야가 민생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인 협력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 정치적 동력을 잃은 윤석열 정부의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은행장 간담회에 대해 금융당국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어도 금융당국이 제1야당 대표의 은행장 소집에 일언반구(一言半句)조차 하지 않았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탄핵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속단은 금물이지만,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상황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엿보였다”고 진단했다.
이런 여야의 논쟁과 정치상황을 떠나 이재명 대표의 은행장 소환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외국의 경우 여야를 떠나 정치인이 직접 은행장을 소환하는 경우는 드물다. 은행장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로서, 정치인의 지휘를 받는 공무원이 아닌 탓이다. 다만 은행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나 불법 행위에 대해 은행장을 청문회에 불러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인이 은행장을 직접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권한을 통해 은행장을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일 뿐이다.
특히 은행은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정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6대 시중 은행장과 간담회를 한 데 대해 “정치권의 고위직이 금융기관을 직접 만나서 요청을 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일 것이라 추측된다.
한 총리는 “모든 나라가 금융에 대한 자율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고, 감독하기 위한 건전성 규제 조직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치 행위를 금융에다가 넣기 시작하면 금융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고, 필요할 때 민간 기업에 혈액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대대표가 한은총재를 만난 것도 부적절한 측면이 많다.
정치인은 은행장을 직접 소환하기보다는 청문회나 감독기관을 통해 은행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하면서 시장경제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행위를 금융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한 총리의 말은 비록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도 정치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뼈아픈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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