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멕·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 선언
한편에서는 협상여지 발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사진=UPI/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한다면 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총성 없는 관세전쟁 선포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1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겨냥, 4일부터 시행되는 관세 부과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이들 3국은 즉각 보복을 천명하고 나서는 등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트럼프의 관세전쟁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정부는 물론 수출 주력 기업들은 글로벌 무역 질서 변화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 1기 때 시작된 대중(對中) 무역제재를 피하기 위해 ‘니어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대거 확충했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對)멕시코 투자 확충 이유는 최종 소비시장인 미국과 가까운 곳에 생산 거점을 옮기는 ‘니어쇼어링’ 전략으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만든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갈 때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또 북미에서 최종 조립을 조건으로 내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 LG, 현대차그룹, 포스코, CJ 등 국내 대기업은 기존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공장을 추가하면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2020년 1100만달러에 그쳤던 한국의 대(對) 멕시코 투자는 2022년 3억9600만달러로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가동하고 있고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지난해 1∼11월까지 K3 17만5000대, K4 6만4000대, 투싼 1만4000대 등 총 25만3000대를 생산, 이 중 K3 12만8000대를 미국에 판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 세 나라만 겨냥했지만 앞으로 ‘관세 전쟁’ 의 전선이 넓어질 경우 한국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무부 등에 오는 4월 1일까지 기존에 맺은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달 31일 반도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혀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물론 다른 수출 품목도 관세 전쟁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부과와 이에 맞서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은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도 0.29∼0.69%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중국이나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관련 업계와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책을 검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오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하는 대책 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와 국내 기업·수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단 미국의 이번 ‘1차 관세 타깃’에서 한국이 빠지기는 했지만 멕시코, 캐나다에 대미(對美) 수출 기지를 구축한 한국의 주요 기업들로서는 이번 관세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멕시코에 진출해 제품을 생산 미국으로 보내는 자동차, 가전, 철강 업계 등은 다시 고민이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 조치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미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 등 행정명령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팀을 24시간 가동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으로서는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 등을 검토하는 등 트럼프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지 활동을 통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 핵심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중 상당 부분이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하는 노력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한미 교역 관계가 상호호혜적으로 발전해 2023년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됐고, 대미 흑자 중 상당 부분이 대미 투자와 관련된 것이 많다"며 "이를 잘 설명해 우리나라가 관세 조치의 예외가 되게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발, 미국산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발, 미국산 제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캐나다를 비롯한 멕시코 중국 3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선포에 즉각 보복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관세 복수전이 격화될 전망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여름휴가를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며 캐나다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했다. 주지사들도 연방정부의 대응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잇달아 자체적인 제재를 발표하고 나섰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온타리오주 등에서는 미국의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 생산 주류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노바스코샤주는 미국산 상용차의 도로 통행료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캐나다 최대의 일반 노동조합인 유니포(UNIFOR)는 "트럼프가 캐나다 노동자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펜타닐 유입을 거론하며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중상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앞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이길 것"이라 말했다.

중국 역시 10%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역시 10%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자기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세 나라는 미국을 향해 협상 여지를 남겨놓기도 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했고, 셰인바움 대통령도 대립은 원치 않는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미 마약 금지 협력에 어렵게 온 좋은 국면을 지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관세가 발효되는 4일까지는 일단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협력 약속을 받아내자 9시간 만에 보류한 바 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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