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앞두고 CEO가 선수기용 개입 논란...팬들 성명서에 트럭 시위까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을지로에서 T1 팬연합이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3/242258_141169_3036.jpg)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국내 e스포츠 구단 중 가장 많은 팬덤과 수상기록을 보유한 'T1'이 최고경영자(CEO)의 뜬금없는 선수 기용 개입 논란으로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9일 조 마쉬 T1 CEO가 입장문을 내고 특정 선수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켜달라고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요청한 것. 해당 선수는 게임 내에서 ‘원거리 딜러’ 포지션을 맡고 있는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로, 그는 직전 대회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스매쉬’ 신금재 선수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감독이 아닌 CEO가 경쟁하는 선수들의 어느 한 편에 서서 입장문까지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팀 안팎의 평가다.
입장문이 발표되자 게임 팬들은 감독이 아니라 팀을 경영하는 대표가 선수 선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T1 팬연합은 23일 조 CEO가 감독과 코치진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며 공동 성명문을 냈다. 다음날에는 서울 서울 중구 SK스퀘어 본사 인근에서 트럭과 전광판 시위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전설의 전당' 헌액식에서 '페이커' 이상혁이 T1 구단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3/242258_141173_3237.jpg)
T1은 지난 2004년 창단해 '황제' 임요환을 비롯해 '괴물' 최연성,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등 e스포츠사(史)에 한 획을 긋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다른 어떤 팀도 넘볼 수 없는 성과를 달성한 '명문구단'이다.
T1이 그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수 발굴과 육성에 아낌없는 자원을 투자하면서도 선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의 핵심 덕목인 '실력'을 기반으로 선수를 기용한 영향이 컸다.
그런 팀의 CEO가 정규 시즌을 코앞에 두고 주전 경쟁에 나선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일방적으로 선발해달라고 요청했으니 팬들로서도 황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부터 정규 시즌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팀원 간의 합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이 같은 주전 선발 논란은 선수들 간의 팀워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자만 이런 상황에서 선수와 감독은 CEO 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위안이다.
지난 26일 LCK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T1의 김정균 감독과 '오너' 문현준 선수는 "중요한 건 경기력"이라며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물론 조 CEO도 팀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이미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그 선택이 선수들이나 팀 전반에 결코 좋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다음 주면 정규 시즌이 시작된다. 이 상황에선 누가 선발로 나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전은 감독이 정하고, 승부는 선수들이 치르며, 팬은 그 모든 과정을 응원한다. 그리고 CEO는 지원은 하되 경기엔 개입하지 말아야 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한 T1 팬의 말을 조 CEO가 되새겨 주었으면 한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