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반도체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시행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 계기로 작용할 지 주목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4/243162_142354_2838.jpg)
【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삼성전자가 14일부터 반도체 R&D(연구개발)직에 한해 '주 최대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제도' 를 도입한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거론되는 시기에 삼성전자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스스로 자처한 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절박한 각오로 보인다. 이번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취지는 반도체 기술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원들의 개발 경쟁력이 주 52시간이라는 근로법 규정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와 반발도 여전히 나온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라는 경제적 목적과 연구개발직들의 건강과 안전을 맞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판에도 삼성전자가 주 64시간 고육지책을 실행한다는 건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의 수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삼성 반도체의 미래는 불안해보인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전 세계 D램 1등 자리를 내주며 2등으로 추락했다. 메모리는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에서의 기술 추격도 거세다. 수년째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1등 대만 TSMC 와의 점유율 격차가 최근 50% 이상까지 벌어졌다.
D램도 파운드리도 2등이 된 삼성전자가 택할 수 있는 수는 많지 않다. 경쟁사보다 더 일하고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64시간 특별연장근로가 적용되는 반도체 R&D 분야 역시 고객사 일정에 맞춰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이뤄지기에 대표적으로 집중 근무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다만 삼성전자의 64시간 특별연장근로제도가 단순히 근무 시간을 더 늘려 생산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과거 불철주야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임직원들의 정신을 소환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64시간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두고 1990년대 삼성전자가 광고 이미지로 내세웠던 '새벽 3시의 커피타임 이야기' 를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던 당시, 경영진들과 연구개발자들이 새벽 3시에 커피 타임을 가질 정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광고의 카피는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초를 다투는 반도체 기술전쟁, 하루가 늦으면 일년이 늦는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16메가 D램 개발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밤낮을 잊은 연구 끝에 마침내 1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했던 그 날, 평소 때처럼 새벽 3시에 티타임을 가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 개발팀이 당시 밤낮을 잊고 연구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이유가 있다.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주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1983년 당시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참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연구개발 뿐이었다. 결국 10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쌓여 마침내 삼성전자는 1993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반도체 사업 위기 돌파를 위해 특별연장근로라는 특별 처방까지 받은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확실한 건 이번 특별연장근로 제도 도입으로 삼성전자 연구개발 직원들이 과거 선배들이 가졌던 새벽 3시의 커피 타임 장면을 수 십차례 재현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한번 뒤집혀버린 반도체 사업 순위를 다시 되돌려 놓는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과 많은 이들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