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구리 제련공장. [사진=연합뉴스]
칠레의 구리 제련공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어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구리에 5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관세 부과 방침이 수입산 정제 구리에 의존하는 미국 공장들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구리는 철과 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금속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칩 제조를 비롯해 건설 현장의 배관용 와이어와 파이프 재료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로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소비하는 정제 구리의 절반가량을 수입한다. 이 중 90% 이상이 칠레산, 캐나다산, 페루산이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날 구리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3.12% 오른 파운드당 5.6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1989년 이후 가장 높은 일일 상승률이다.

지난 몇 개월간 구리 가격은 꾸준히 오름세였다. 지난 2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로 구리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한 이후 지금까지 구리 가격은 27% 올랐다.

특히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부과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제조업체가 다른 국가 경쟁사들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리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의 가격보다 25% 높은 수준이었다.

앞서 미국 구리 구매업체들은 관세 부과가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 최대 구리 수입업체인 사우스와이어 컴퍼니는 지난 4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서면 의견서에서 “구리음극 수입에 대한 어떠한 제한 조치도 결국 구리 공급을 중국으로 전환할 뿐”이라며 “동시에 미국의 구리 생산업체들은 단기·중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구리 생산이 공급 부족을 메울 만큼 매우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경고는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광업협회장 피에르 그라튼 역시 “미국은 금속을 정제하고 제련하는 능력이 부족해 수입산 구리에 의존하고 있다”며 “높은 관세는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뉴욕상품거래소 창고에 보관된 구리의 양은 런던금속거래소와 상하이선물거래소가 관리하는 물량보다 많아 가격은 높아도 구매할 수 있는 물량 자체는 충분한 상태다.

한편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정제 분야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구리 정제 공장에 공급되는 구리 광물의 대부분은 다른 지역, 특히 남미에서 채굴된다. 칠레와 페루는 지난해 전 세계 구리 광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채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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