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7/248160_147834_1821.jpg)
【뉴스퀘스트=김어진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과 관세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철강·알루미늄(50%)과 구리(50%)에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이 책정된 만큼 업계에서는 반도체에도 고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 부담을 상쇄하는 수단으로 ‘관세 확대’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관세는 미 상무부의 조사가 끝나는 이달 말쯤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등의 조치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지난 4월 중순부터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조사를 진행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미국 수출 비중은 7.2%였다. 여기에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비중은 더 높다. 지난해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은 14.5%였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관세를 내야 할지, 공장 하나당 30조원에 달하는 메모리 시설을 미국에 지어야 할지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은 관세 부과를 내세우며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전체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박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다만 아직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은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세를 부과하는 주된 이유는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압박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고려해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서는 미국 내 투자를 해도 나쁘지 않다”며 “미국 내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AI 반도체를 수주받는다면 관세 영향을 피하고 어느 정도 실익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관세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하다 보니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하나의 의제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끌어냈으면 한다”며 향후 정부의 협상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관련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전방위적으로 포함돼 관련 부품, 웨이퍼 업체들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더불어 의약품에도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약품 관세는 1년에서 1년 반 뒤에 부과될 전망이며, 이 역시 해당 기간 안에 외국에 있는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도 50%의 관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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