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외곽에서 도심으로...돌봄·의료·생활 결합한 복합형 레지던스 전성시대
고급·도심·복합화가 키워드, 호텔식 주거·스마트돌봄, 럭셔리 노후 트렌드가 대세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65세 이상 인구는 1012만명으로, 전체 인구 5180만명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년 부양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금융·의료·주거·유통·노동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시니어는 더 이상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경제의 핵심 소비자이자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노인 1000만 시대’ 시리즈를 통해 각 산업별 대응 전략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조망하고자 한다. 금융권의 시니어 자산 관리 경쟁,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구조 변화, 실버타운과 도심형 요양시설 확산, 실버 소비층을 겨냥한 유통 혁신, 액티브 시니어의 재취업과 평생교육 확대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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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우리 사회가 초고령 시대로 접어들면서 거대한 인구 구조 변화가 주거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뒤흔들고 있다. 노년층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생활의 기반이자 돌봄의 최전선인 만큼, 의료·돌봄·생활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실버 주거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실버타운의 입지도 과거 외곽 휴양지형 단지에서 벗어나, 편의성과 접근성을 갖춘 ‘도심형 실버 레지던스’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건설·부동산·운영 서비스·의료·ICT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와 건설사, 운영 서비스 기업들이 실버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주거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도심으로 옮겨온 실버타운, 복합형 레지던스 인기
과거의 실버타운은 도심 외곽에 자리한 휴양형 단지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도심형·복합형 시니어 레지던스다. 교통 접근성과 병원, 생활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도심 거점에 의료·돌봄·생활 편의 시설을 집약한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ICT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KT의 ‘AI 케어’ 서비스처럼 건강 모니터링, 응급 호출, 복약 알림을 제공하는 스마트 돌봄 시스템이 실버 주거 공간에 도입되면서, 주거는 단순한 집이 아닌 돌봄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민간 실버 주거 시장은 프리미엄화와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고급 레지던스형 실버타운이 자산가층의 수요를 흡수하는 한편, 대형 건설사들은 도심권에서 의료·상업과 결합된 시니어 레지던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운영 서비스의 전문성이 생존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숙련된 운영사 확보와 ICT 융합 서비스 도입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 부문은 취약계층 안전망에 방점을 두고 실버 주거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고령자 매입·전세임대 주택, 복지주택을 통해 저소득층 노인의 안정적 거주를 지원한다. 무장애 설계와 복지시설 연계로 고령층이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또한 장기요양보험 재정 개편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추진하며 고령화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니어 주거시설은 어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클래식 500은 국내 대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로 꼽힌다. 호텔식 주거 서비스와 건국대병원과의 의료 연계,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합 제공하며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높은 보증금과 월 이용료라는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대기자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자산 여력이 있는 노인층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서울 서초·분당·강남·노원 등에 위치한 서울시니어스타워는 1세대 실버타운 모델로, 문화 활동과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운영 수익성 한계가 드러나면서, 안정적 수익 구조와 장기적 운영 역량 확보가 시니어 주거 모델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입주 예정 시설로는 현대건설·이지스자산운용의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이 있다. 도심 생활권 내에서 주거·돌봄·편의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프로젝트로, 인근 의료기관과 상업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미래 도심형 복합 실버 주거의 대표 사례로 주목된다.
우미건설의 청라 의료복합타운 시니어타운은 병원·주거·상업 시설을 결합한 ‘메디컬 레지던스’를 지향한다. 인천 청라국제도시라는 국제도시형 입지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와 생활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도심형 고령자 주거 수요와 국제도시 수요를 함께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치마킹해야 할 해외 시니어 주거모델은 어디
우리 보다 앞서 고령자 주거 모델을 혁신한 해외 주요국들은 공통적으로 ‘복합화’와 ‘연속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를 발전시켰다.
싱가포르 ‘캄퐁 애드머럴티’는 공공임대주택 위에 병원, 클리닉, 상업시설, 커뮤니티 공간을 쌓아 올린 수직 복합 단지다. 도심 생활과 고령친화적 환경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표적 모델이다.
일본의 ‘서비스부(付) 고령자용 주택’은 정부가 등록·운영 기준을 마련해 민간 고령자 주택의 품질을 보장한다. 바리어프리 설계, 생활지원 서비스, 의료·요양 연계를 제도화했으며, 한국의 정책 설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미국의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는 독립형 주거에서 요양·의료 단계까지 단지 내에서 연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안정적인 장기 주거와 의료 패키지로 중산층 이상의 수요를 충족시킨다.
북유럽(덴마크·스웨덴)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지향하며 기존 공공주택을 개조하고 지역 돌봄 서비스를 연결한다. 익숙한 마을과 주거 환경에서 가능한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수형 인하대 노년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실버 주거는 더 이상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닌 주거·의료·돌봄·ICT가 융합된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며 “(실버 주거가)산업과 사회 전반의 판을 흔드는 거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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