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국내 사망원인 4위
웃기 힘들고, 손이 안 들리면 즉시 119… 뇌졸중 초기신호 4가지 기억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일러스트=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혈관이 급격히 수축돼 발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 있다. 예전에는 ‘풍(風)’이라고도 불렸던 뇌졸중이다.

국내 사망원인 4위인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이 비뚤어진다면 십중팔구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이미 뇌 속에서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뇌혈관이 막히면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되므로, 망설이지 말고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11만~15만 명이 새로 뇌졸중을 진단받는다. 4~5분마다 한 명꼴로 환자가 발생하며, 55세 이후부터는 10년마다 위험이 두 배씩 증가한다.

세계뇌졸중기구(WSO)는 매년 10월 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지정하고,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막히거나 터지는 혈관, 생명을 가른다...‘이웃·손·발·시선’이 발병 신호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터지면 뇌출혈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80%가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동맥경화나 심장에서 떨어져 나온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한다. 반면, 뇌출혈은 고혈압으로 약해진 혈관이 터지거나 뇌동맥류(혈관 꽈리)가 파열되면서 생긴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는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며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과 치주염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조기 인지가 곧 치료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웃·손·발·시선’이라는 네 가지 신호를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이’ 하고 웃을 때 한쪽 얼굴이 쏠리거나 ▲두 팔이 동시에 들리지 않거나 ▲발음이 어눌하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이다.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과 회복률이 크게 높아진다. 

뇌졸중을 알리는 ‘이웃·손·발·시선’ 4가지. [일러스트=챗GPT]
뇌졸중을 알리는 ‘이웃·손·발·시선’ 4가지. [일러스트=챗GPT]

최근 젊은층에서도 급증...그러나 가장 위험한 건 시니어

뇌졸중은 더 이상 노인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30대 여성 뇌졸중 환자는 최근 5년간 45% 증가했다. 고지방·고염분 식습관,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운동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분당제생병원 신경외과 김현곤 과장은 “젊은 세대에서도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뇌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며 “서구화된 식생활, 과로, 스트레스가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은 여전히 고령층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방세동이 있는 시니어는 위험이 일반인보다 2~5배 높다. 

이러한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하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생활습관이 만드는 예방의 힘

전문가들은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혈관 건강 관리”라고 입을 모은다. 

고혈압을 조절하면 위험이 약 40% 줄고,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12% 감소한다.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면 뇌경색 발생 위험을 30~40% 낮출 수 있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전을 만들어 위험을 높이며, 과음은 혈압을 올리고 혈관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금연·절주·규칙적인 운동이 뇌졸중 예방의 3대 원칙이다.

운동은 가장 쉽고 확실한 예방법이다.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면 혈압과 혈당이 안정되고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며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고 조언했다. 

결국 뇌졸중은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확실한 해답이다.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확인하고,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며, 가벼운 어지럼이나 말 어눌함 같은 초기 신호를 무심코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뇌졸중기구(WSO)는 이렇게 경고한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경고 없이 당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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