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적을수록 보험요율 높은 구조 해소 안돼...역진성 논란 여전
1주택 고령자 추가공제·소득 연계한 ‘건보료 상한제’ 등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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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퇴직하고 수입이 뚝 끊겼는데,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자마자 매달 30만 원 가까이 건보료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데, 이게 왜 벌금처럼 돌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65세 김모 씨, 서울 동작구)
“친구는 지인 회사에 취업한 것처럼 이름만 올려 직장가입자 자격을 얻었다더군요. 저도 아들 피부양자로 들어가려 조건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직하게 내면 바보 되는 것 같아요.” (63세 서모 씨, 경기 수원시)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건강보험료’다. 직장을 떠나자마자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이른바 ‘건보료 폭탄’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한정된 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년층에겐 감당하기 벅찬 현실이다.
재산 적을수록 보험요율 높아...역진성 논란 여전
문제의 핵심은 지역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재산보험료 산정 방식이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60개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계산표를 들여다보면 재산이 적을수록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을 진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재산 1만 원당 부과되는 보험료는 최저 등급(재산 450만 원 이하)이 10.19원 수준이다. 하지만 3억5000만 원 이상 재산가(30등급)는 3~4원대로 떨어지고, 수십억 원대 자산가가 포함된 최고 등급(60등급)은 1원도 채 안 된다. 결국 은퇴자·서민일수록 소득 대비 훨씬 높은 비율을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소득 중심’ 개편을 추진했고, 올해 1월에는 재산보험료 공제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고 자동차 보험료를 폐지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등급별 점수표 자체는 그대로여서 역진성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재산보험료 비중을 크게 줄일 경우 건강보험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부담도 있다. 2022년 2단계 개편만 해도 연간 2조 원 이상 수입 감소가 예상됐다. 게다가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시니어들이 원하는 개편 방향은
시니어 사회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우선, 재산 규모에 따라 부담률이 달라지는 현행 등급제를 폐지하고 동일한 금액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는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은퇴자가 억대 자산가보다 더 높은 비율을 내는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재산보험료 비중을 줄이고 소득 중심 체계로 단계적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국세청·연금·카드 매출 등 공적 자료를 연계해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이고, 신고와 추정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 한편, 정률제 도입으로 발생할 재정 감소는 양도소득, 상속·증여, 금융소득 등 새로운 소득원을 활용해 보완하고, 저소득 시니어에 대한 감면은 국고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시니어 보호 장치를 강화할 것을 강조한다. 장기 보유 1주택 고령층에 대한 추가 공제, 연금소득 보호, 은퇴 직후 일정 기간 보험료 인상 상한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건보료 총부담이 실제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상한제를 두고, 고지서에는 산정 근거를 명확히 밝히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덜 가진 사람이 덜 내고,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내는 상식적인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산보험료 역진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소득 중심 체계로 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재정 수입 감소와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 한계가 현실적인 제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 개편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고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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