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열고 현 기준금리 연 2.50% 유지
올해 하반기 7·8월에 이어 이번까지 3차례 연속 금리 동결
수출 호조, 주식시장 호황 등으로 금리 인하 압박 감소 줄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한국은행이 집값·환율 불안정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다.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6·27, 9·7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아 10·15 대책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과 아파트·주택 가격에 기름을 부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로 최근 1430원대를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0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통화정책 ‘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해 11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 네 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췄다.

하반기 7·8월에 이어 이번 달까지 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등의 6·27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10월 둘째 주(한국부동산원 통계·이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연휴 전)보다 0.54% 오르면서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이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이는 10·15 대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나온 지 불과 1주일 만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에 최근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1.0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라선 후 여전히 1420~143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금통위가 기준금리까지 하향 조정했을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1430원대 이상의 환율 수준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등 수출 호조,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내년 성장률 회복 전망 등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압박이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값·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10·15 대책으로 주택시장에 변화가 나타나면 좋겠지만, 11월에도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원/달러 환율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면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연 2.50%에서 멈췄다"며 "이후 내년 11월과 내후년 5월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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