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설문, 베이비부머 10명중 7명 “일자리 있다면 귀촌”
망설이는 이유는 의료·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때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일러스트=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제작한 그림입니다. [일러스트=챗GPT]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니어 상당수는 소득과 주거 등 여건만 갖춰지면 귀촌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를 앞두거나 직장을 떠난지 10년 이내의 세대들이 ‘지역 중소기업 취업’을 조건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할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귀촌 의향 “있다” 73%...“일자리만 있다면 가능”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10명 중 7명(73%)은 비수도권 중소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있을 경우 귀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귀촌 의향이 79.9%로 여성(66.9%)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은퇴 후에도 일정한 근로소득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남성 응답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귀촌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건강한 생활 유지(24.6%) ▲여유로운 생활·휴식(22.9%) ▲자연 친화적 환경(20.7%) ▲주거비·생활비 절감(15.6%) 등이 꼽혔다. 

즉, 단순히 ‘은퇴 후의 고향살이’가 아니라, 삶의 질과 건강, 경제적 부담 완화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귀촌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의료·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 부족(27.8%) ▲도시 생활에 대한 익숙함(17.0%) ▲교통 및 접근성 불편(15.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과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아, 의료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 개선이 귀촌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자료=한경협]
[자료=한경협]

충청·강원권 선호...“일자리는 관리·사무직이 좋다”

귀촌을 희망하는 지역으로는 충청권이 32.9%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고, 주거비와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어 강원권(27.4%), 호남권(15.9%), 영남권(10.4%) 순이었다. 

이는 단순한 향토 선호가 아니라, 교통과 생활 인프라, 기후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직무 희망 분야는 관리·사무직(30.7%)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서비스·판매직(20.7%), 농림·어업(15.9%), 생산·제조직(14.8%)이 뒤를 이었다. 과거 직장 경력을 살려 행정이나 관리, 사무 분야에서 제2의 직업을 찾고자 하는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근무 형태는 시간제 근무를 희망하는 응답자가 47.7%로 절반에 가까웠다. 전일제 근무를 원한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했고, “둘 다 가능하다”는 응답이 42.7%였다.

이는 정년 이후에도 일하고 싶지만, 건강과 여가를 고려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희망하는 최소 월 임금 수준은 200만~250만원 미만(32.6%)이 가장 많았다. 이어 150만~200만원 미만(30.7%), 250만~300만원 미만(26.8%) 순이었다. 

평균 희망 임금은 약 22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퇴 후 최소한의 생활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기대치로 해석된다.

베이비부머 지역경제 붐 업 프로젝트(3자 연합 모델) 개요. [사진=한경협]
베이비부머 지역경제 붐 업 프로젝트(3자 연합 모델) 개요. [사진=한경협]

‘3자 연합’ 모델에 79% 긍정...“주거 안정·의료 인프라 시급”

한경협은 앞서 지난달, ‘베이비부머-지역 중소도시-지역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3자 연합 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수도권 베이비부머 인력의 지역 재취업을 지원해 ▲은퇴 세대의 노후 보장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자는 구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이 모델이 실현된다면 귀촌하겠다고 응답해, 단순히 ‘일자리만 있으면 귀촌 가능하다’는 응답(73%)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즉, 안정적 주거·일자리·복지 인프라가 함께 보장될 경우 귀촌 의향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임대주택 등 안정적 주거시설 제공’(22.6%)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어 ‘지역 중소기업 및 안정된 일자리 제공’(18.6%), ‘의료·복지 서비스 강화’(12.0%)가 뒤를 이었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단순한 귀농·귀촌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보장되는 “생활형 귀촌”을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귀촌은 낭만 아닌 현실적 선택”...정책 지원 절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수도권 집중과 내수 위축으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향을 중심으로 귀촌해 지역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귀촌은 이제 낭만이나 여가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 생계와 지역사회 지속 가능성을 잇는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의료, 주거, 교통 등 지역 생활 인프라 개선 없이는 실제 이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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