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조원태, 유훈과 다르게 경영"...내년 한진칼 주총서 격돌 가능성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하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에 대해 공격하고 나서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재계는 지난 4월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뜻을 전했지만 공동경영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특히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라고 언급하며 한진가 3세 간 불화설을 공식화했다.

또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며 경영권 분쟁도 불사할 뜻임을 시사했다.

◇ 조현아 "조원태 회장이 공동경영 유훈 안 지킨다" 강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며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을 거스르며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한 논의에 대해 무성의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실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과 조 전 부사장의 복귀와 관련해 가족 간 어떠한 합의도 없었는데도, 마치 대외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라며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불화설 수면 위로…'남매의 난' 시작됐다

재계는 조 전 부사장의 이같은 입장 발표에 한진그룹이 또 한 번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에 들어갔다고 풀이했다.

선대 당시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싸움을 벌였던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이를 의식해 자녀들에게 '사이좋게 경영하라'고 유훈을 남겼지만 다시 '남매의 난'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진 3세들의 불화설은 지난 5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동일인(그룹 총수) 관련 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가족 간 이견이 존재했으며, 상속 계획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갈등설이 불붙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동일인이 됐을 경우 형성될 지배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내면서도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한다는 신청 서류는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회장측이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갈등이 가라앉는 듯 하다가 이번에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로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 내년 3월 주총서 '파란' 일어날까

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생 조원태 회장의 사활을 건 본격 경영권 다툼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내년 3월 주주총회때가 유력하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23일까지로 한진칼은 내년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상장사와 함께 정석기업,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한진칼 지배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함께 한진칼 사내이사는 석태수 한진칼 사장으로 임기가 오는 2022년 3월까지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8.94%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지분 10%를 더하면 총 39% 정도이기 때문에 조 회장의 연임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연임에 필요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에 가깝다.

그러나 조 회장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5.98%), 대호개발(반도그룹 계열사·6.28%) 등과 연합해 힘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연합해 지분율을 더 높이면 양 측의 표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질 수도 있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남매간의 경영권 싸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셈이다.

다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싣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진그룹을 잘 아는 재계 인사는 "조현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자매 모두 경영 참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조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최근 진행된 인사를 보고 조 전 부사장이 행동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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