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 압박...'라인야후', '소프트뱅크'까지 합세
'내로남불' 우려...똑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자국 기업엔 관대한 처분
C-커머스, 한국 시장 공격적 투자...중국 e커머스 1, 2위 기업 합작법인 설립

일본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지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하면서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지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하면서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K-플랫폼 기업들의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검색 플랫폼 1위'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가 하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선 알리, 테무 등을 필두로 한 'C-커머스'의 저가 공세에 국내 기업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 공세로 13년간 키운 메신저 앱 '라인'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상태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야후에서 약 52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것을 빌미로 압박에 나섰다. 

라인야후가 ‘네이버 측과 네트워크를 완전히 분리하는 데 2년 이상 걸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개선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두 번째 행정조치를 내린데 이어, 자본 관계까지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모회사 자본 변경에 대해서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야후의 모회사는 A홀딩스로 지분 64%를 갖고 있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갖고 있는데,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라인야후는 이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상품책임자(CPO)를 사내이사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라인야후' 일본 본사. 라인야후는 사내이사 자리에서 신중호 최고상품책임자를 제외시키며 회사 자본 변경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라인야후' 일본 본사. 라인야후는 사내이사 자리에서 신중호 최고상품책임자를 제외시키며 회사 자본 변경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기에 소프트뱅크까지 가세하며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도 지난 9일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네이버와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지분을 100% 취득하면 여러 자유로운 선택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재팬이 개발한 라인은 일본 내에서 월 사용자가 9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일본 대표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고 있다. 총 글로벌 이용자는 2억명 규모로 추산되며 대만과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지분 매각시 약 10조원의 매각가를 받을 수 있겠으나 이번 사태가 향후 K-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자칫 일본을 넘어 라인을 활용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번질 수 있다"면서 "대만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네이버 국내 본사.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 글로벌 이용자는 2억명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월 사용자가 9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표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 제공=뉴스퀘스트]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네이버 국내 본사.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 글로벌 이용자는 2억명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월 사용자가 9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표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 제공=뉴스퀘스트]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똑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두고도 자국 기업에는 관대한 처분을 내린 반면, 외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네이버에는 과도한 수준의 압박을 넣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표 통신사업자 NTT니시일본에서 파견사원이 10년간 외부에 사용자 정보 928만건을 팔아넘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기업의 '관리감독강화' 개선책을 수용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국내 플랫폼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강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정현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리, 테무 이어 타오바오‧티몰도 한국 법인 설립...국내 기업 물량 흡수 가능성 커

중국의 e커머스 업체 '타오바오' 홈페이지. [사진=타오바오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e커머스 업체 '타오바오' 홈페이지. [사진=타오바오 홈페이지 캡처]

e-커머스 시장에선 초저가 상품을 바탕으로 한 C-커머스(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에는 알리, 테무 등에 이어 알리바바그룹 산하 타오바오와 티몰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법원 등기에 따르면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은 올해 초 '타오바오티몰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알리바바그룹의 두 산하 기업은 중국 내 e커머스 시장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실제 양사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각각 9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오바오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으로 누구나 판매자 등록이 가능한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이다.

또 티몰의 경우 전문 제조사 브랜드가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플랫폼이다. 양사의 국내 진출은 우리 제조업체의 중국 시장 공략을 중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e커머스 업체 '티몰' 홈페이지. [사진=티몰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e커머스 업체 '티몰' 홈페이지. [사진=티몰 홈페이지 캡처]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한국 제조업체들의 중국 진출까지 중개하면서 중국 e커머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쿠팡, G마켓 등 주요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판매자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하는데 이 물량을 알리바바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공격적으로 국내 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은 최근 334억원의 자본금 증자를 단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법인을 설립한 이후 최대 규모다. 

법인 자본금은 종전 40억원에서 37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3월에는 한국 사업을 위해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점점 공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자칫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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