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3연속 흥행 2021년 2월 주가 100만원 달성...게임업계 '대장주' 등극
이후 신작 흥행 실패와 게임환경 변화로 주가 급락...18만원대까지 내려앉아
김택진 대표, 창사 27년만에 첫 공동대표 체제 결단...게임 개발에만 집중 나서
포스트 리니지 게임 흥행 및 글로벌 진출 성과 과제...업계 선두 AI 기술 성과 주목

기업을 이끄는 CEO의 역할과 덕목은 다양하겠지만, 근래 들어 주목받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주가 부양’이다. 소액 주주들의 입김이 과거보다 강해졌고, 업종 내 시가총액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을 도입하면서 기업들에게 주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뉴스퀘스트는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 변동 추세와 CEO의 성과·업적·과오 등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활동 상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3월 20일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향후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3월 20일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향후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998년 '리니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회사를 게임업계 상장 종목 중 '대장주' 자리에 올려놓았다.

기존 게임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며 주가가 같이 떨어질 때면 신작 게임을 출시해 어김없이 흥행을 이끌며 회사의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

'계단식' 주가 상승을 보여오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017년 6월부터 폭등하더니 2021년 2월 마침내 100만원대를 달성했다.

'수직 상승' 배경에는 '리니지'를 필두로 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흥행이 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엔씨소프트는 3년이 지난 올해 1분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가 2021년 2월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18만원대)까지 떨어졌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창사 27년 이래 처음으로 공동 대표 선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김 대표가 게임 개발에 힘을 쏟고, 박병무 신임 공동대표는 경영을 전담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경영 효율화와 M&A(인수합병) 등을 제시한 가운데, 증권 업계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변화된 게임업계 환경 속 흥행력 뛰어난 신작 게임 개발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엔씨소프트 '주가 상승' 일등 공신 'MMORPG'...게임 장르 인기 줄자 주가도 하락

엔씨소프트의 월봉 그래프. 2017년 6월부터 상승한 주가는 2021년 2월 100만원대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하락이 이어지며 17일 현재 18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사진=네이버증권 캡쳐]
엔씨소프트의 월봉 그래프. 2017년 6월부터 상승한 주가는 2021년 2월 100만원대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하락이 이어지며 17일 현재 18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사진=네이버증권 캡쳐]

2000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엔씨소프트는 2003년 5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거래소를 이전 상장했다. 리니지(1998년), 리니지2(2003년), 길드워(2005년)의 견고한 매출 속에도 주가는 하락하며 급기야 2008년 10월에는 2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반등은 2008년 11월 신작 '아이온' 출시로 이뤄졌다. 신작 출시 1년만인 2009년 11월에 주가가 15만원대까지 상승했으며, 2011년에는 35만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2년 6월 '블레이드&소울'이 국내 출시되며 흥행을 거뒀지만 주가는 되려 하락했다.

엔씨소프트 주가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이다. 37만원대였던 주가는 '리니지M'의 폭발적인 매출액과 함께 폭등하며 2019년 6월에는 4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어 '리니지2M'(2019년 11월)과 '아이온 클래식'(2020년 11월)이 출시되고 흥행에 대성공하면서 다음해인 2021년 2월 주가는 100만원대를 찍었다. 사실상 리니지 계열의 신작 흥행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21년 8월 1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리니지W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리니지W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21년 8월 1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리니지W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리니지W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90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건 그해 5월과 8월 발표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의 흥행 실패 영향이 컸다.

2021년 8월 한달간 주가는 6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1890억원에 달하는 자기주식 30만주를 사들이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는 리니지W가 2021년 11월 출시되며 주가가 두달간 70만원대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했다.

2년만의 신작이자 '블레이드&소울' 이후 11년만에 신규 IP(지적재산)로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앤리버티(TL)' 역시 기대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하며 현재 주가는 18만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엔씨 위기설', 이번엔 심상찮다...충성 유저 줄고, BM 구조 타 게임 적용 어려워져

엔씨소프트의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M'도 출시 7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엔씨소프트의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지난 2017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은 올해로 출시 7주년을 맞았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일각에서는 현재 엔씨소프트의 부진이 과거 10년 주기로 불거져왔던 '엔씨 위기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엔씨 위기설'은 앞서 2000년대초와 2010년대초 증권가에서 불거졌다.

당시 증권사 대부분이 엔씨소프트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목표 주가 하락과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배경에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경쟁 심화와 게임 환경 변화에 따라갈 성장동력 부재가 꼽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엔씨소프트가 기존 PC 게임의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성공적으로 이식하고, 기존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PC 및 모바일 게임에서 고른 매출 발생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 불거진 위기론은 사뭇 다르다. MMORPG 유저층이 급감하면서 충성도 높은 유저들이 사라졌고, 엔씨소프트가 구축해온 BM(수익성 모델) 구조가 다른 장르 게임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이전만큼의 매출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리니지 성공신화'가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게임 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과감히 개발 방향성을 틀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BM(Business Model) 구조

게임업계에서 BM은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말한다. 성장을 가속화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외형을 변화시키는 스킨 등이 대표적인 BM 요소 중 하나며 이외에도 월 정액제나 시즌패스(일정 금액 지불시 보상을 지급받는 형태), 확률형 아이템 등도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2021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게임 업계 전반이 흥하면서 엔씨소프트 역시 수혜를 볼 수 있었다"며 "반면 코로나 사태가 정상화되고 확률형 아이템 사태로 국내 게임에 대한 유저 이탈이 심화되면서 엔씨소프트도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이후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이 바뀐 가운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20년전부터 제공하던 장르와 BM을 그대로 제공하다보니 국내 게임들이 유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게 현재 게임 시장의 현실"이라며 "그 틈을 영민한 해외 게임사들이 파고들어와 국내 시장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리니즈 시리즈는 엔씨소프트에 높은 수익을 안겨줬으나 시간이 흐르며 핵심 수요층의 고령화와 동일 장르 내 유사 게임 증가로 인해 매출이 빠르게 감소했다"며 "지난 10년간 매출은 112% 증가한 데 반해 인건비는 246% 증가했고 고정비 역레버리지 효과로 적자를 앞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21년 2월 9일 블레이드앤소울2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경공'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캡처=사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21년 2월 9일 블레이드앤소울2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경공'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캡처=사진]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1년 5월과 8월에 발매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다.

제작발표회에서 '귀여운 리니지'로 소개된 '트릭스터M'은 원작 IP와는 대비되는 BM 구조로 주요 공략층이 20~30대 유저들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며 엔씨소프트 산하의 리니지라이크 게임 중 첫번째로 서비스 종료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블레이드&소울2' 역시 김 대표가 쇼케이스에서 "극강의 액션을 자랑하는 게임"이라고 소개한 것과 달리 BM 구조만 부각되고 액션이나 비주얼 측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유저들의 평가를 받았다.

◇김택진 대표 '게임 개발' 집중...포스트 리니지, 글로벌 진출에 공 들인다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병무 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병무 대표 내정자.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박병무 신임 공동대표가 경영을 전담한 가운데 김택진 대표는 이제 '게임 개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김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탈리니지로 해석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 출시와 글로벌 진출을 핵심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20일 공동대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MMO 기술과 디자인 기술을 확장해 슈팅, 샌드박스, RTS(실시간 전략 게임) 등 복합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게임을 위해 글로벌 협력관계를 만들어 개발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내년 말까지 출시 목표로 하는 게임은 총 10종에 달한다. 창사 이래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게임이 15종 안팎임을 고려하면 이는 획기적인 변화다. 

엔씨소프트의 기대 신작 '배틀크러쉬'가 오는 27일부터 얼리 엑세스(미리 해보기) 버전을 글로벌 출시한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엔씨소프트의 기대 신작 '배틀크러쉬'가 오는 27일부터 얼리 엑세스(미리 해보기) 버전을 글로벌 출시한다.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게임 장르 역시 절반 가량을 비 MMORPG로 채우며 변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오는 27일 얼리엑세스(미리해보기) 출시를 앞둔 '배틀크러쉬'는 대전 액션 장르이며 블레이드&소울 세계관을 공유하는 '호연'은 스위칭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다.

해외 진출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국내 흥행이 아쉬웠던 TL이 아마존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진출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도전이 단기간 내 성과를 가져오긴 어려우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내다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신작들은 기존 게임의 해외 확장뿐 아니라 신규 장르에 대한 도전의 성과를 보여준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와 함께) 경영상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2025년부터는 차기작 출시와 더불어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장르, 지역, 플랫폼 다양화를 통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2025년에는 트리플 A급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고 M&A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으로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22일 자사의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에 대한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R&D 센터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 전담 조직을 출범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했고, 2015년에는 게임사 최초로 생성형 언어모델 연구 조직팀을 신설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R&D 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아울러 게임업계 중 가장 빠르게 시도한 AI(인공지능) 기술 접목도 향후 엔씨소프트에 큰 자산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는 개발 및 자체 게임 퍼블리싱에 집중돼 있어 AI 도입에 따른 인건비 효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분류에 해당한다"며 "연간 8000억원을 상회하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가 다음 산업 성장까지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도 "엔씨소프트가 차세대 AI 게임과 관련해서 빠른 접목을 시도해왔다"며 "향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전제 아래 엔씨소프트의 성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명 기회이자 위기인 상황...성공시 또 한번의 폭발적인 성장 발판 마련"

김택진 엔씨소프트가 16일 '지스타 2023' 현장을 방문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16일 '지스타 2023' 현장을 방문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엔씨소프트는 오는 2027년 창사 30주년을 맞이한다. 김택진 대표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인 상황에서 기존 전략에 변화를 주며 또 한번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공동대표 출범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자사가 자랑할 수 있는 MMO(대규모 멀티플레이어형 게임) 장르 게임 개발 능력을 다른 장르로 더 확대해 세계적인 IP를 만들고자 한다"며 "분명 기회이자 위기인 상황이나 성공시 또 한번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다양한 장르의 신작 출시를 비롯해 북미,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연내에 아마존게임즈와 협력해 TL을 글로벌 출시하고, 중국 판호를 발급 받은 블레이드&소울2 역시 선보일 것이며 동남아 유수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리니지2M을 시작으로 동남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기술과 관련해서는 "AI R&D(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엔씨 리서치'를 통해 AI 기술의 게임 접목을 최우선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게임 개발 과정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생산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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