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들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 나올 수 있지만, 이번엔 동결”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할 경우 환율 더 높아질 수도
2단계 스트레스DSR 후 가계대출 상황 역시 변수로 작용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7/226906_122480_1219.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하고,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에 근접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등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한국은행이 먼저 기준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부터 연말까지 한 두차례 정도, 한국은행은 이후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물가·환율·가계부채·부동산 등의 상황에 따라 인하 시점이 아예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8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라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된다.
먼저 통화정책 제1목표인 물가는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2% 안착을 확신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공통적인 견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4%까지 떨어졌지만, 환율 문제(원화 절하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도 있고 공급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고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우려가 남아있어 추가 물가 상승률 하락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당장 인하를 단행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물가 경로가 전망에 부합하고,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인하 논의가 가능하다’는 정도의 메시지가 의결문 또는 이창용 총재 언급 등을 통해 담길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 답변이나 금통위 의결문에서 한국은행이 더 이상 물가의 상방 위험을 강조하지 않고,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나 인하 논의가 임박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비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이번 금통위 직후 이 총재가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섞어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어느 정도 충분히 진행됐고, 앞으로 다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가 2.15% 수준으로 둔화한 만큼 금통위 안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개연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주저하는 이유는 최근 들썩이는 환율과 가계부채 등이 지목됐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거의 1400원에 이를 만큼 높은 상황인데 절대 수준보다 사실 변동성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금리를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지금도 역대 최대 수준(2.00%포인트)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확대되면 원화 환율 시장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보다도 환율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며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외로 강하고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까지 낮춰 환율이 더 오르면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항상 가계부채를 많이 걱정하는데 지금처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데 기준금리까지 낮춰주는 것은 다소 모순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더구나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 등으로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낮춰도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 경감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대비 5%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계속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따라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이후 가계대출 흐름이 한은의 인하 시점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달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5조 3415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나흘 만에 다시 2조 1835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이 빠르면 9월 이후 한 두차례, 한국은행은 4분기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고 해를 넘기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했게 봤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연준은 9월 첫 인하를 시작해 연내 0.25%포인트씩 두 번, 0.50%포인트 낮추고, 한국은행은 10월 한 차례 0.25%포인트 내릴 것”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라기보다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 긴축적 환경을 완화하는 목적인 만큼 두 나라에서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하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9월에 한 번, 정치적 불확실성을 피해 대선 이후 12월에 또 한 번 각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은 올해 10월 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만 단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한국은행의 8월 조기 인하, 연내 인하 무산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문종 경제금융연구실장은 “미국은 최근 고용지표를 고려할 때 9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50bp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금통위 메시지를 봐야겠지만, 한국은행의 경우 8월에 먼저 내린 뒤 연말까지 두 번 낮출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8월에 내리지 않으면 4분기에 한 차례만 내릴 것”고 전망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10월 또는 11월 인하’에 무게를 뒀다.
그는 “연준의 인하가 늦춰지거나 인하 보폭이 크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물가·가계부채·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이 아예 인하를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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