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3.50% 유지 결정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가계대출 증가세 심상치 않은 점 고려
소비자물가 등 각종 물가 지표, 향후 통화정책방향 변수로 작용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 이후 12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에 가까워졌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가계대출 등이 불안한 점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또 미국 역시 아직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은 만큼 물가·금융·성장·해외 상황을 좀 더 봐가며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올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지난해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5개월 28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차기 금통위 시점(8월 22일)을 고려할 경우 3.50%는 1년 7개월 이상 유지될 예정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동결 기간 1년 5개월 21일(연 1.25%·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앞서 경제 전문가들과 시장은 금통위가 불안한 환율과 가계대출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수 개월간 환율 상황이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13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보다도 환율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외로 강하고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근처에서 더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2.0%포인트에서 더 커지고, 환율이 더 오르면 한은은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들썩이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더 낮아질 경우 약 3년 전 발생했던 집값 폭등·가계대출 급증 등의 금융 불안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 3000억원)은 지난해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26조 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 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창용 총재는 이달 초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원/달러 환율 불안, 가계부채 증가와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불투명한 점도 금리인하 시점을 늦추게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하원 반기 통화정책 보고 자리에서는 “인플레이션이 2%에 완전히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말해 다소 애매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제1목표인 국내 물가 지표는 최근 나쁘지 않은 상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2.4%)은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낮아졌다.

아직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금리 인하 고려의 전제 조건으로 지목한 ‘하반기 2.3~2.4% 흐름’에 근접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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