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한 벤츠 EQE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 탑재
베이징자동차그룹도 발화 가능성 등 제품 결합 이유로 3만여 대 리콜
소비자, "배터리에 대한 정보 제대로 공개해야" 목소리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이거 불안해서 끌고 다닐 수가 있어야 말이죠. 사람들 시선도 신경 쓰이고, 차 값이 얼마인데 이런 싸구려 중국제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건가요. 내 차도 불이 날까 걱정 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SUV를 구입한 K씨(남. 54세)의 넋두리다.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K씨는 지난해 겨울 국산 전기 SUV 차량 구입을 고려하다가,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브랜드가 있는 명품 벤츠의 상품성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최고급 전기 SUV EQS를 구입했다.

기쁨도 잠시, 최근 벤츠 전기차량 화재로 인한 피해가 보도되면서 K씨는 입주민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차량 화재 우려 때문이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차량 140여대가 피해를 입었다.

전기차 1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검은 연기가 아파트 단지를 뒤 덮으며 주민 1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약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피해 규모만 약 1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벤츠의 중형 전기 세단 EQE였다.

이 차량은 1회 충전으로 486km를 주행할 수 있고, 모터의 최고 출력은 215kw, 급속 충전을 통하면 단 31분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기본 가격만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이다.

물론, 각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전기자동차 지원금을 더하면 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고가의 차량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에 있다. 고급차 이미지를 앞세운 벤츠가 1억원이 넘는 차량에 값싼 중국제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 파장을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보통 전기차 차량 가격의 절반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값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츠의 중형 세단인 EQE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됐다.

아직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NCM(니켈‧코발트‧망간) 타입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배터리는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빈번하게 급속 충전되면 화재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발화 가능성 등 제품 결함을 이유로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3만여 대를 리콜 한 바 있다.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가 중국 현지에서도 품질 안정성 논란이 있었던 만큼,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번 화재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에서는 “이번에 발생한 사고 관련해 아파트 및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당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다.

또 사후 조치 및 메르세데스-벤츠가 참여하는 차량 결함 조사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세계 명차로 알려진 벤츠에 탑재된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벤츠의 명성에 큰 금이 가게 됐다.

이번 사고로 배터리 사양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벤츠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가 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다.

K씨는 “모든 전기차 차량에서 불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벤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2억원 가까이 되는 차량에 어떤 배터리가 적용됐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