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모집인 통한 주담대 비율, 월평균 50.0%로 1년 전보다 늘어
일부 은행, 신규 대출 3분의 2 수준을 대출 모집인에게 의존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결돼 투기 수요 일으켜”라는 지적도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절반이 대출 모집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맺고, 대출 신청 상담·신청서 접수·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뜻한다.

이들이 새로 유치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4월 처음으로 월간 기준 10조원을 넘어선 후 7~8월 두 달 연속 11조원대를 기록했으며, 대출 건수도 5만건에 근접했다.

19일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가나다 순)의 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약 50%가 대출 모집인을 통해 발생했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 모집인 의존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8월 신규 전세자금 대출, 정책대출, 집단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조 135억원이었고, 이 중 11조 4942억원(49.9%)이 대출 모집인을 거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가운데 대출 모집인을 통한 비율은 올해 1~8월 월평균 50.0%로 전년 동기(44.5%) 대비 약 5.5%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비율은 전월 대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이 -2.0%로 최저점을 찍은 지난 2022년 12월 36.6%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3월(56.4%) ▲4월(54.3%) ▲6월(50.1%) ▲7월(50.8%) 등 넉 달 동안 절반을 웃돌았다.

특히 일부 은행은 일정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이 대출 모집인에 의해 발생했다.

은행권은 약 10년 전만 해도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이 10~20%대에 머물렀으나,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올해 1~8월 월평균 9조 7816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하면서 지난해 1~8월 평균 6조 5732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올해 4월 대출 모집인이 끌어온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고, 7월과 8월 각각 11조 9023억원, 11조 4942억원을 기록했다.

또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올해 1~8월 월평균 4만5049건으로, 전년 동기(평균 3만334건)보다 약 50%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권들이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대출 모집 법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최근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5대 은행이 위탁 계약을 맺은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2994명으로 은행마다 최소 450명, 많게는 700명 가까운 전속 상담사를 보유한 상태다.

전국 부동산 시장에 세밀한 영업망을 구축해놓은 상담사들은 지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은행원들을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대출 모집인이 지난달 유치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4만4430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1인당 평균 15건의 대출을 유치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상담사 몇 명의 활동에 따라 인근 은행 지점 대출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모집 수수료는 0.5% 미만 수준이다.

대출 모집인들이 대출을 직접 유치한 후 3년 이상 해당 계약이 유지될 경우 신규 기준 대출 잔액의 0.3~0.4%만큼 은행으로부터 지급받게 된다.

올해 8월 기준 5대 은행에서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11조 4942억원에 수수료율 0.3~0.4%를 적용하면 345억~460억원의 수수료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 등으로 상담사를 찾기도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자 소개로 상담사와 연결된다.

서울 소재 한 중개업자는 “고객은 상담사를 통하면 시간을 절약하면서 가장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개사도 고객 애로를 해결해주면서 수월하게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은행, 대출 상담사, 부동산 중개업자의 공고한 협력 관계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대출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출 금액을 많이 유치할수록 수수료를 높게 받기 때문에 대출 모집인 제도가 엄격히 관리되지 않으면 대출 모집인 간 경쟁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관리·감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은행들이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높은 이자로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결된 대출 상담사들이 투기 수요를 일으키는 데도 상당한 조력을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전셋값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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