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뛰어난 매출 성과에도 게임 인식은 여전히 '사행성', '유해물질' 평가절하
지나친 유료형 확률 아이템에 유저 피로도 ↑...신작 발매해도 반응 '뜨뜻미지근'
성과와 상반된 부정적 평가...유저·전문가 입모아 '유료형 확률 아이템' 혁신 외쳐
![김성회 게임 전문 유튜버가 지난 8일 헌법재판소에서 게임물 사전검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29993_5028.jpg)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1. 지난 8일 헌법재판소 앞. 21만명이 참여한 게임 산업법 위헌소장 제출을 위해 게임 전문 유튜버 김성회씨를 비롯한 청구 대리인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헌소송의 핵심은 게임물에 대한 사전 검열을 완화 내지는 폐지하자는 것. 회견문 낭독이 끝나고 "이번 위헌소송이 향후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성회 씨는 "사실 '국내 게임사들의 매출이 몇 조원이다', '수출액의 몇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단히 사행성이 짙은 게임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간 게임을 질병으로 바라보고, 유해물질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에 게임사들도 어쩔 수 없이 성인들을 중점으로 한 게임 발매와 그에 따른 (사행성 짙은) 유료형 확률 아이템 위주의 과금 구조가 연이어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헌 판결이 나온다면 작품성이 높은 게임들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뉴스퀘스트의 '키워드 평가 측정' 도구를 활용해 살펴본 '저니 오브 모나크' 관련 워드 클라우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크게 나타나 있다. 해당 주제에서는 '리니지', '엔씨', '개고기', '회사'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사진=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29995_5048.png)
#2. 엔씨소프트가 지난 7월부터 연이어 신작 3종을 공개했다. 난투형 액션 장르의 '배틀크러쉬', 스위칭 RPG(역할수행게임) '호연' 그리고 아직 장르가 확정되지 않은 '저니 오브 모나크'였다. 공개 이후 게임 유튜버들의 후기 영상들이 쏟아졌다.
수 많은 댓글 중 유독 게임과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이 자주 발견됐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개고기'였다. 맥락을 살펴보니 '개고기'는 유저들이 엔씨소프트의 신작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사용되고 있었다.
'개고기'가 젊은 층 사이에선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음식처럼 엔씨소프트의 게임들도 더 이상 1020세대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비판의 의미였다.
![지난 8월 8일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 [유튜브 갈무리=사진]](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29996_5136.png)
#3. "용사님들께서 만들어주시는 그 노래들이 조롱이나 자기비판, 자학이 아니라 진짜로 즐거운 상황이 됐다라고 판단되면 같이 노래라도 한곡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저희가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8일 넥슨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총괄을 맡고 있는 김창섭 디렉터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내 뱉은 말이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한 유저가 김 디렉터를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 만든 영상이 자리잡고 있다.
게임의 지나친 유료형 확률 아이템 활용과 잘못된 패치를 풍자한 이 영상은 두달도 채 안돼 유튜브 조회수 900만회를 넘겼다.
이는 일명 '정상화'라는 밈(meme)을 만들어내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상태를 비꼬고, 반대 의견을 묵살한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들이다.
국내 게임 수출 규모가 콘텐츠 수출액의 68%(2022년 기준)를 차지함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게임'은 '유해물질'이자 '사행성 도박'쯤으로 인식되고 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국내 게임은 피해야 할 혐오 식품으로 불리거나, 풍자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국내 게임 수출 규모가 콘텐츠 수출액의 68%(2022년 기준)를 차지함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게임'은 '유해 물질'이자 '사행성 도박'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6~19일 진행된 '2023 지스타'.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29998_5238.jpg)
◇'미운털' 박힌 K-게임의 유료형 확률 아이템...지나치게 높은 비용과 강제성 원인
특히,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유료형 확률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말 그대로 게임 내에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것을 말한다.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처럼, 게임 유저들도 자신의 재미를 증폭시켜줄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게임 재화나 현금을 지불한다.
이때 마치 복권처럼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실제 현금을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유료형 확률 아이템을 샀다"고 표현한다.
![장난감 뽑기 기계 모습.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도 이런 장난감 뽑기와 같은 방식이라 '랜덤박스', '가챠' 등으로도 불린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29997_5219.jpg)
사실 유료형 확률 아이템이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나 농구 및 축구를 실사화한 많은 스포츠 게임에서도 심심찮게 유료형 확률 아이템이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에 등장하는 유료형 확률 아이템에 대해서 게임 유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유저들은 더 이상 확률 아이템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선택 조건이 아니라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5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디크래프트'. 유저들이 콘솔 조작기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 없음.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30000_5321.jpg)
리그오브레전드와 피파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등 국내외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상훈(27)씨는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경우 게임 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유료형 아이템은 없다"며 "'스킨'이라고 해서 외관상 예뻐보이는 것을 얻기 위해 유료형 확률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게임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게임에서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아이템들은 유료형 확률 아이템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이 점 때문에 게이머들이 국내 게임에 대해 유독 평가가 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인디크래프트'. 관람객이 '추억의 게임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 없음 [사진=김민우 기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30001_5339.jpg)
김병주(34)씨는 국내 MMORPG(대규모접속역할수행게임) 게임들이 언젠가부터 별다른 차별성 없이 유료형 확률 아이템들로만 승부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씨는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디아블로'나 '워크래프트'도 많이 해봤고,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나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등 다양한 MMORPG를 즐기고 있다"면서 "비교를 해보면 국내 MMORPG가 확실히 유료형 확률 아이템이 많은 편이고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도 가끔씩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씨소프트 게임들에 붙는 '개고기'라는 명칭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엔씨 게임을 즐겨하는 상황에서 그런 별명이 붙는게 참 속상하다"며 "분명히 유료형 확률 아이템 말고도 다른 재미가 있는데,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긴 해도 최근 나온 신작들이 기존과 다르게 완전히 혁신적인 시스템이 나온 건 아니다"라며 "그러다 보니 그간 확률형 아이템에 실망감을 느꼈던 유저들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지스타 2023' 개막식 첫날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 없음.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30002_552.jpg)
게임 개발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김현우(30)씨는 유료형 확률 아이템 문제가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현우 씨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해외 유수 게임처럼 유료형 확률 아이템 없이도 돈을 잘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국내 게임 시장에선 그렇게 해서 살아남기가 쉽지는 않다"라며 "또 유저들 입장에서 세게 비판을 해도 결국엔 매출 순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진하게 들어간 게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유료형 확률 아이템) 활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경우 유료형 확률 아이템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 자체를 게임에서 포기하는 순간 게임성이 사라지고 메타버스와 같은 콘텐츠가 돼버릴 수 있다"며 "게임 내 확률 요소가 지금과 같이 N차 뽑기를 통한 게임사들의 이득 확보가 아닌 게이머들한테 호기심과 놀라움을 제공하는 방면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 역시 "과거부터 항상 일관되게 확률형 아이템을 다 빼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며 "문제는 이를 지나치게 활용한다는 것인데, 항상 경고를 해왔음에도 게임사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바뀌어야 산다"...유저·전문가들 요구에 게임사들도 하나둘 바뀌어 가는 중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유료형 확률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게임 개발 문법을 완전히 벗어난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주씨는 "유료형 확률 아이템을 사야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게임들이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유저들도 재밌고, 게임사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훈씨도 "언젠가부터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이 나오면 유저들 사이에선 유료형 확률 아이템이 얼마나 더 독하게 나올지부터 궁금해한다"며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게끔 게임사들이 확실한 신호를 주고, 나머지 요소에 더 집중해서 게임을 내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6~17일 열린 '지스타 컨퍼런스'. 이틀간 세션별 참석자가 8000여명을 기록했다. 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 없음.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0/232856_130004_5829.jpg)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정태 교수는 "게임사들이 확률 요소의 본질을 세련되게 나타내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수 년안에 어떤 형태로든 기존의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아깝지 않게 돈을 내는 수익형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BM 구조는 살아남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게임성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단순하게 게임성에 집중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다 보면 유저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수익 성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같은 유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작들에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 A씨는 "게이머들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게임사들이 이에 둔감하다면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신작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의 관계자 B씨도 "최근 게이머들이 과거 유저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게이머들의 니즈와 함께 게임사들의 성장도 같이 도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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