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업자 44곳 중 37곳에서 고객 유치 경쟁
기존 상품 매도 없이도 다른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어
금융당국 “소비자 홍보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 당부”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곳 중 37곳(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곳 중 37곳(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이달 말 예정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앞두고 은행·증권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들은 소유한 기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데 전체 시장 규모가 무려 4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44곳 중 37곳(적립금 기준 94.2%)에서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기존에는 고객이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에 따른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변화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 상품을 매도하지 않아도 갈아탈 수 있어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이 최소화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서비스 도입으로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다.

다만, 실물이전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또 디폴트옵션 상품 또는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에는 실물이전을 할 수 없다.

현재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이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보험사를 제외한 은행과 증권사 간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련 제도의 내용을 보면 보험사 상품은 현물 이전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에는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들의 공격과 은행권의 방어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소비자 홍보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당부했다. 개시 초기 시스템 운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은행·증권 등 여러 금융기업들이 실물이전에서 제외되는 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시행 초기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업점 교육에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지에 대해 당분간 일일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가입자가 보유 상품의 실물 이전이 가능한지 미리 조회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것”고 언급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이 임박해지면서 은행·증권사는 저마다 유리한 실적을 홍보하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몇몇 사례를 보면 KB국민은행은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 예약을 신청한 1만명(선착순)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오는 12월 20일까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연금 이전을 마친 고객과 IBK투자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매수 고객 등 2000명(추첨 방식)에게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증정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초기 가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대응 TFT’를 구성해 서비스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NH농협은행은 영업점 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타 기관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IRP에서 NH농협은행 개인형IRP로 이전(실물이전 또는 계좌이체)완료한 고객 중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00명에게 스타벅스 디저트 세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 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실물이전을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 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적립 규모가 210조 2811억원, 증권사 96조 5328억원, 보험사 93조 2654억원 수준이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