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45% 급등
친가상화폐 인사 배치로 기대감↑…새 SEC 지명에 10만 달러 찍어
향후 ‘우상향’ 기조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있지만, 신중론도 부각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현지시간 4일 오후 9시 40분(서부 시간 오후 6시 40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을 찍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 선을 돌파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현지시간 4일 오후 9시 40분(서부 시간 오후 6시 40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을 찍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 선을 돌파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가상화폐 대장주로 손꼽히는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찍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이날 오후 9시 40분(서부 시간 오후 6시 40분)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 약 15년 만에 기록이며,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한 지 7년 만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1월 미국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7만 3800달러까지 급등했고, 이번 대선에서 친가상화폐 정책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힘입어 10만 달러까지 거침없이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2010년 5월 소유자가 피자 두 판을 1만개의 비트코인을 주고 구매한 것이 첫 거래로 알려져 있다. 

당시 피자 한 판 가격이 약 30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0.006달러(한화 약 8원)에 불과했다.

지금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1개당 1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비트코인 1개로 피자 3000판 이상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허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기존의 거래수단을 대체할 미래 화폐라는 기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11월 사상 처음 1만 달러를 돌파했고, 2021년 2월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도 한몫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1년 15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5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 해 11월 비트코인은 6만 8990달러까지 치솟았다.

물론 비트코인도 암흑기가 있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 파산 등으로 가격은 1만 60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2023년 3월 실리콘밸리 은행 등 미국 지방은행들이 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전통 화폐의 대안으로 부각되며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추가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은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2023년 5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현물 비트코인 ETF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11개 ETF가 승인되면서 기관투자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올해 3월 비트코인은 7만 380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약 2년 4개월 만에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이번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이유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효과가 절대적이다.

지난 3월 7만 3800달러대까지 상승했을 때도 10만 달러에 대한 전망은 많지 않았다. 

올해 4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전후로 기대됐던 급등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후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7만 달러를 유지했던 가격도 8월에는 5만 달러 아래까지 하향했다.

반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공약을 추진하면서 10만 달러를 찍었다.

미국 대선일이던 이달 5일 오전 7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후 한 달 만에 약 45%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는 가상화폐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엔 정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 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불만을 드러냈던 가상화폐 업계는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선거 자금 기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나섰고, 그는 친가상화폐 정책으로 화답했다.

특히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7월 가상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미국 대통령 후보로 처음 참석하며 업계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보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선거 후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자산을 규제하려고 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내쫓고, 가상화폐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길 바란다”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가상화폐 기업 수장들은 친 가상화폐 인물 등용 등 업계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과 접촉했고, 실제로 전진 배치됐다.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인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상무장관에,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띄우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후보자로는 가상화폐 옹호론자인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

10만 달러선을 사상 최초로 돌파한 이날은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명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SEC 위원장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은 상승했다.

지난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낸 앳킨스는 위기관리 컨설팅 업체 ‘파토막 글로벌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대표적인 친가상화폐 인물로 분류된다.

개리 겐슬러 현 SEC 위원장이 규제 일변도로 업계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SEC의 정책이 확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앳킨스는 디지털 자산과 핀테크 기업을 지지하고 있다”며 “그가 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규제를 완화하고 위반 시 관련 기업 등에 현재보다 낮은 벌금을 부과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허상 ▲사기 ▲투기 수단 취급을 받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금과 같은 상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비트코인은 가상이고 디지털이지만, 금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이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서도 ‘금의 경쟁자’라고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비트코인이 국가 준비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준비자산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대외 결제를 위해 보유한 자산을 뜻하는 말로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이미 공화당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년에 걸쳐 매년 20만개씩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 2100만개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미국은 2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안은 미국이 최소 20년 동안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만약 미국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저장하면 세계 다른 국가들도 이를 준비자산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총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희소성에 따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준비 자산이 아니더라도 원유 또는 희토류처럼 ‘전략비축’ 품목으로 지정해 사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제 금융시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분석가 제프 켄드릭은 “랠리가 이제 막 시작했다”며 “연말까지 12만 5000달러, 내년 말까지 20만 달러 상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의 창립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가능성은 작지만, 전략적 준비 자산이 되면 가격은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다른 모든 국가도 비트코인을 채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투자회사 ARK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최대 15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가상화폐 정책과 규제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ETF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트코인이 트럼프 효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는 미국을 가상화폐의 글로벌 본거지로 만들겠다고 했고 공화당은 전략적 국가 비트코인 보유국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며 “비트코인 보유국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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