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에 비상계엄과 탄핵 등 대내외 악재 맞물려
내년 韓 경제 1%대 '저성장 그림자, 회복 쉽지 않을 듯
최 부총리 '2025년 경제정책방향' 연내 발표 계획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2/236292_134196_1838.png)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그나마 해소됐지만 한국 경제의 ‘리더십 공백 위기 상황’ 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환율과 고유가, 내수부진 장기화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이미 1%대로 주저앉은 상황, 동력 회복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14일 밤 1435.2원으로 거래를 마감, 여전히 143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이 같은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지난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9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L당 4.3원 상승한 1646.2원을 기록했다
올 한해 내내 한국 경제를 옥죈 내수 부진도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연말 대목 시즌이지만 여전히 소비는 위축되는 모습이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쏟아질 정치 경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다행히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하듯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경제분야 수장들은 일제히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위기상황 진화에 나섰다.
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직을 맡은 지 하루만인 15일 국회를 방문, "여야·정부가 협조해 조속히 국정 안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정부가 먼저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제부터 상황을 잘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정 운영은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는 대원칙을 제대로 확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섰다"며 "국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경제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과 관련, "산업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들이 연내 최대한 처리되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성껏 국회에 설명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2025년 경제정책방향'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며 ▲대외신인도 유지 ▲통상불확실성 대응 ▲산업체질 개선 ▲민생 안정 등의 4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또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외국 투자가들의 어려움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범정부 옴부즈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상 이슈와 관련해서는 "경제·외교부처가 함께하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를 정례화해 경제협력과 통상 현안, 공급망 안정성을 점검하겠다"며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대외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민관 합동회의로 확대 개편, 산업별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며 "반도체와 항공·해운물류에 이어 석유화학, 건설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바로바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생 안정을 위해 "내년도 예산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되도록 '회계연도 개시 전 배정'을 포함한 예산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며 "재정, 공공기관, 민간투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한 상반기 신속집행 계획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각 분야 주체들은 당초 예정대로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긴급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16일 금융시장 개장 이후 금융 상황을 점검, 이상징후 발견시 적시 대응하면서 비상 상황을 가정한 리스크 관리태세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어 "내년 금융감독방향을 조속히 정립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을 면밀히 고려해 서민·취약계층과 지방자금 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유연하고 세심한 가계대출 관리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특히 최근 지방부동산 침체와 관련,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년 가계대출 관리시 수도권과 차등화해 유연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재구조화 계획 이행을 적극 유도하고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등 건전성 관리강화를 지속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자금 사정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모니터링하고 예정된 투자나 연말 운전 자금 등이 빈틈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중국의 경기 불황, 사상 초유의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대내외 상황에 비춰보면 탄핵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장의 시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실라 보닐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대외 악재와 맞물려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장이 트럼프 시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소화하고 있던 어려운 시점에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다"며 탄핵 심판 결론 전까지 시장이 안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