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많으면 연금 최대 100만원까지 깎아... 정부 제도 없애려다 다시 원점
"소득 재분배를 위한 선택" vs "노인은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 찬반 엇갈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 지난해 12월 23일 우리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즉 65세 이상 노인연령 비중이 20%가 넘었다는 뜻인데요. 특히 1차 베이비부머(1955~1963) 692만여명이 모두 정년을 마친데 이어, 2차 베이비부머(1964~1974) 943만여명의 맏형격인 1964년생도 지난해 처음으로 정년퇴직 대열에 합류하면서 ‘인구 쓰나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격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때문에 전체 인구 5168만4000여명의 32%(1635만8000여명)를 차지하는 1, 2차 베이비부머들이 우리 사회의 짐이 아닌 경제 주체로 계속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령화를 위한 연착륙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흔히 현재를 기준으로 가장 고령화된 나라 일본의 지나온 10여년의 과거를 보면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앞서 시리즈에서도 언급한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요약한 <정년 후 진실>이라는 책에서는 ‘작은 업무’를 강조합니다. 노령화 이후에도 70대 초중반까지는 작지만 일정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요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이런 ‘작은 업무’를 갖는 것을 도와주기는커녕 방해하고 있습니다. 근로나 사업을 통해 일정 소득이 있으면 노령연금 수령액을 깎는 것인데요. 시니어들의 반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도가 시행중에 있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7839_135967_2436.jpg)
◇ 노령연금 감액제는 '계륵'...어쨌든 손 봐야
“은퇴 후 일한다고 연금을 깎으면 일할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고령 근로를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vs. “가뜩이나 기금이 모자란 형편에 소득이 많은 수급자까지 똑같이 연금을 주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국민연금 감액제도’를 둘러싸고 반대와 찬성론자들의 주장입니다. 양측의 논리가 모두 그럴듯한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제도를 크게 손질하던지 아예 폐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립니다.
국민연금법 63조의 2(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액)를 보면 “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준(이른바 ‘A값’)을 초과하는 특정 소득(근로·사업·임대소득 포함, 이자·배당소득은 제외)이 생기면 연금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금액을 뺀 금액’을 받습니다”라고 감액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삭감 기준액인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퇴직 후 다시 일을 해서 일정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는다는 것이죠. 일정 소득(2024년 기준 약 298만원) 이상이면 초과 소득에 따라 연금을 최대 절반까지도 감액할 수 있습니다. 노인이 중산층 이상 소득을 올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부가 과잉 소득이 올리는 걸 막고 재정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노인들의 근로 의욕이 꺾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삭감 기간은 연금수령 연령 상향조정(60세→65세, 2024년은 63세)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마다 출생 연도별로 다릅니다. 삭감 기준선을 넘는 초과 소득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삭감액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월 삭감액이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은퇴 후 소득 활동을 통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삭감액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입니다. 최대 절반까지만 감액한다는 의미입니다.
![[자료=보건복지부]](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7839_135969_3314.png)
◇ 일 한다고 연금 깎이는 수급자 매년 늘어
시니어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노령연금을 깎이는 수급자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액을 초과해 노령연금이 줄어든 수급자는 2019년 8만9892명, 2020년 11만7145명, 2021년 12만808명, 2022년 12만7974명, 2023년 11만79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는 6월 기준으로 12만명을 넘어 연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재작년에 노령연금 감액 수급자가 소폭 줄어든 것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전체 수급자 규모 자체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입니다.
소득활동에 따라 삭감 당한 연금액도 2019년 1201억5300만원, 2020년 1699억4100만원, 2021년 1724억8600만원, 2022년 1906억2000만원, 2023년 2167억7800만원으로 2000억원을 넘겼습니다. 작년 상반기 총 삭감액은 1347억43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이 넘습니다.
이에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삭감을 피하기 위해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베이비부머들의 조기연금 신규수급이 5년 새 2배로 급증하면서 장기적으로 노후빈곤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은퇴와 연금 수급 시기 등의 ‘소득 단절’을 버텨내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연금을 당겨 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2023년 베이비부머 세대 중 조기노령연금 신규수급자는 10만1385명으로, 2019년 5만3606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만 4만1555명의 조기노령연금 신규수급자가 발생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정부 방침도 오락가락 논란만 키워
노후에 먹고 살려고 일하는데 연금을 깎는데 대해 시니어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정부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0월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일해서 돈 버는 노인에게 노령연금 지급액을 깎고 있는 정책을 없애겠다”며 ‘국민연금 소득활동 연계 감액제’ 폐지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고령자 경제활동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한 상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민간 연금 전문가는 “이런 정부의 태도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라며 “일하는 가입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되레 이를 완화하는 데 큰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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