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노령화에 작년 110만명이 요양원 등 이용, 비용도 15조 육박
요양보호사·간병인 부족에 외국인유학생 활용도…영리요양원은 논란
![[일러스트=챗GPT]](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2/240329_138796_182.png)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병 든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안함과 죄송함은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엄마를 버린 것일까요. 요양원에 가시는 엄마는 오히려 너희들 돈 많이 드는 것 아니냐면서 자식들 걱정을 하십니다.”
최근 지인이 절절한 사정과 함께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글의 일부분입니다. 지인의 사연처럼 부모님의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면서 가족들이 망설임과 다툼을 넘어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까지 덮어쓴 요양원 모시기를 둘러싼 현실입니다.
그러나 요양원 입소를 결정하는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여러 만성질환으로 거동이 어렵거나 치매, 파킨슨병 등으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상황의 어르신을 가족들이 집에서 돌보다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죠. 게다가 집보다 오히려 시설에서 전문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족을 요양원에 보낸다고 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세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노인 돌봄의 최전선, 요양보호사·요양원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은 고령 또는 노인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요양병원, 주·야간 노인복지센터, 재가요양보호 등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이론과 실기·현장 실습 등 320시간의 의무 교육을 마치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을 거쳐 선발됩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요양병원·노인복지센터·재가 요양·간병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에서 지급됩니다.
제도 도입 후 약 200만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약 7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집에서 직접 노부모 또는 배우자를 돌보거나 노년을 대비해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 근무시간이 비교적 적은 재가요양 업무 종사자도 상당수입니다.
때문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에서 요양원은 요양 대상 노인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게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노인 5~7명을 요양보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죠.
또 간병인이 부족한 것은 일은 힘든데 처우가 열악한 탓도 큽니다. 월급은 평균 200만원 초반대인데, 야근도 잦고 노인을 씻기는 등의 육체노동과 감정 노동까지 모두 해야 합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최저 수준의 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근무 환경으로 젊은이들이 기피해 현재 일하는 간병인 상당수는 노인이라고 합니다. 2023년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은 67.1세인데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셈입니다.
이런 현실을 정부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제도까지 도입하려는 것을 보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허용하고, 국내 체류 동포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장려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지난달 법무부는 실제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처음으로 특정 활동 비자(E-7)를 발급했고, 이들은 노인요양시설인 장기요양기관에 취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국내 요양보호사 업계는 이런 정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도 있습니다.
![[일러스트=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2/240329_138798_1910.jpeg)
◇ 요양원 시설·운영 업그레이드 필요, 영리기업 진출엔 논란
요양원은 병과 장애로 불편하신 노인에겐 최후의 보루입니다. 때문에 요양원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정적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시설은 물론 운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입니다. 국내의 급격한 노령화에 따라 요양보호 대상이 급격하게 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급여 지출액이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16년이 지난 2024년 장기요양보험혜택을 받는 노인의 숫자는 11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비례해 건강보험을 통한 노인장기요양급여가 14조8000억원 가량 지출되면서 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5년 전의 2배 규모입니다.
노인요양급여는 2020년 8조8827억원에서 2021년 10조957억원으로 첫 10조원대로 올라섰고, 2022년 11조4442억원, 2023년 13조1923억원 등 매년 1조5000억원 가량씩 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리를 목적으로 요양시설 운영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장기요양보험 기금 지출이 가중돼 예산 고갈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란도 뜨겁습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이 있어야 요양시설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최근 요양산업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도권에서 임차를 통해 노인 요양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비영리법인에게만 허용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요양사업에 뛰어들려는 금융 기업들이 가장 먼저 했던 게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건물을 사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확보가 쉽지 않았죠. 진입 장벽도 높았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드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걸 수도권 내 비영리법인에 한해서는 풀어주겠다 하니까 기업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입니다.
반면, 장기요양보험은 전국민의 내는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반박도 거셉니다. 이미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장기요양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보험사나 대기업이 노인요양보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장기요양보험의 금융화를 부추기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양을 잇다’ 앱을 운영하는 ‘행복한 삶’의 차기호 대표는 “매년 장기요양급여가 막대하게 투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요양원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임대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섣불리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평생 보험료를 내왔는데도 은퇴 후 요양 등급 신청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기요양급여 재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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