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후반인 점 고려해 기준금리 3% 유지
정부·여당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 제기했지만, ‘강달러’ 현상 안정에 초점
1월보다 2월에 금리 인하 염두에 둔 금통위원 더 많았던 것으로 추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081_136234_3021.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6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대로 치솟으면서 3연속 인하를 결정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구체적인 정책 윤곽을 비롯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완화 속도 관련 언급, 국내 재정 집행 상황·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통화정책을 선회했다. 금통위가 연이어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급증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지만,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더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한국은행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고,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경우 최근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요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경기·성장 우려보다 ‘강(强)달러’을 잡기 위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같은 달 중순 1410원 선을 돌파했다.
특히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이 더 커지면서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고,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1450~147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질 경우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웃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1조달러에 육박하고, 순대외채권이 378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환율이 일정 수준 오른다고 해도 ‘외환 위기’로까지 번질 위험은 크지 않은 상태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프.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1/238081_136235_3038.jpg)
문제는 환율 상승으로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뛰면 달러 기준으로 비슷한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고, 이렇게 높아진 수입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3.4%)와 비교했을 때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올해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이치뱅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예상보다 높은 고용·물가 지표 등을 바탕으로 올해 아예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달 28~29일 연준의 금리 동결 여부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2.75%로 낮추면 현재 1.50%포인트 수준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경제·금융 지표 확인,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과의 공조 등의 측면에서도 인하 시점으로 1월보다는 2월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가진 금통위원이 더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회의에 앞서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1월 FOMC 정례회의 결과와 연준 입장, 국내 정치 진전에 따른 원/달러 환율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달보다 2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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