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1일 지난해 4분기 확정 실적 발표 예정
반도체(DS) 영업익 3조원 안팎 추정...시장 기대치 하회
SK하이닉스와 4분기 실적 격차 5조원 이상 벌어질 전망
전문가 "삼성 반도체, 기술적 문제 커...올해 실적 회복 불확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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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황재희 기자】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 악화로 고조된 위기감이 최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모두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과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리에서는 고부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엔비디아 공급,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수율 확보와 함께 미국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 수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 역시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그널을 거의 주지 않고 있다보니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장 큰 원인은 수율 확보 등 기술경쟁력 약화인데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실적 회복도 더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지난해 확정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반도체 사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5%, 영업이익은 130.50% 증가한 수치다.

다만 해당 실적은 가전제품과 갤럭시 등 모바일 사업부 실적이 합쳐진 것으로 반도체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잠정 실적에선 각 사업부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이 지난해 4분기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앞서 실적 발표를 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1·2분기 합산한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8조3600억원, SK하이닉스는 8조3545억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3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3조8600억원으로 SK하이닉스(7조3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망스런 실적을 냈다.

당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악화된 실적에 대해 사과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실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양 사의 반도체 사업 실적 격차는 3조원 가량이었는데 4분기에는 2조원이 더 늘어난 5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원인은 AI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로 몸값이 높아진 고부가 제품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HBM3E 8단을 AI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에 첫 공급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HBM3E 12단 공급도 본격화하며 핵심 공급사로 자리잡았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은 4분기 기준 4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도 HBM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범용D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범용D램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메모리업체들이 저가 물량공세로 가격이 20~30% 가량 하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삼성 DS부문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MD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공급을 시작했지만  엔비디아는 납품을 위한 퀄(품질)테스트가 해를 넘겨 지연되면서 공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조급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은 5세대 HBM 시장에선 사실상 SK하이닉스에 패배한 만큼 차세대 제품인 HBM4 조기 개발로 역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대 제품과 기술적 연계성이 낮은 만큼 더 빨리 개발해 경쟁 우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1위업체인 대만 TSMC와 기술 협업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삼성이 6세대 HBM에서 앞설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HBM4 12단은 연내 공급하고 단수를 더 높이쌓은 고성능 16단 제품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한다는 구체화된 6세대 로드맵도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차세대 HBM 기술 개발 현황과 공급 계획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활용될 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최근 재설계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10나노 공정 D램이 수율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HBM4 조기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율은 반도체 기업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인데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반도체는 오로지 기술 리더십이 최우선이다. 기술 중심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삼성전자 경영진에서부터 마인드셋을 다시 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신뢰를 확보하려면 시장과도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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