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건전성, 거시경제성과, 수출 여건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
장기간 정치적 교착상태에 대한 우려는 표명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6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라고 밝혔다.

피치는 지난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높인 후 꾸준히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도 ‘안정적’(Stable)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 각종 요소를 반영해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피치는 비상계엄·탄핵 사태 등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기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덧붙였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특히 피치는 다른 AA 등급 국가 수준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중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하향 경로를 걷게 된다면 앞으로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반대로 정치적 교착 장기화에 따라 경제·재정정책 효과성이 훼손되고,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정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하방 요인이라는 게 피치의 판단이다.

각종 요소를 고려해 피치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7%로 낮췄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내년은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피치는 전망했다.

피치는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 노력에 따라 재정수지가 GDP 대비 -1.7%였던 전년 보다 개선된 -1.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의 경우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대응과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서는 GDP 대비 4.5% 수준으로 예측했다.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와 GDP 대비 23%(피치 자체추정)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이 한국의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강달러 현상 등에 따른 원화 약세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힘입어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그 외 피치는 대북 리스크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적대 발언 등이 지속되면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돼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피치는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1일부터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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