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준금리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
‘강달러’ 부담 있지만,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활성화에 초점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성장률 악화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2/240290_138751_2340.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경기 활성화’와 ‘환율 안정’ 중 한국은행의 선택은 경기 활성화였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여전히 143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 부담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낮춘 이유는 그만큼 한국 경제가 각종 국내외 악재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악조건이 워낙 많다보니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그 연장선의 내수 침체로 이번에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유력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성장 하방 압력이 점차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라며 "물가의 상방 리스크보다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훨씬 더 강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6개월 사이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 정책 기조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약 3년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선회했다. 그 해 11월에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연이어 금리가 하향 조정된 이유는 그만큼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자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시장의 기대를 깨고, 국내 정치 불안으로 급등한 환율 위험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더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월 금융통화위원회 발표 이후 경기·성장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확인됐고,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관세전쟁 위험도 고조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까지 맞물리면서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은 2.0%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의 경우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3분기와 같은 0.1%에 머물면서 반등에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반도체 등에까지 미국이 10~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이 계속 금리를 안 낮추면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상당히 큰 상황에서 환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이후 물가·금리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연말 계엄·탄핵사태까지 겹치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겼다.
최근까지 1300원대로 돌아가지 못한 채 1430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인하로 한국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낮을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2/240290_138753_3023.jpg)
이날 한국은행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의 관세 정책과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9%에서 1.5%로 한꺼번에 0.4%포인트 낮췄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등으로 계속 낮춰왔다.
이번 전망치(1.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을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1.6%)보다도 낮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영향(-0.2%p)을 반영해 성장률을 1.6~1.7%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는데 이후 미국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력 수출 산업에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점 등을 추가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유지했으며,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은 각 1.9%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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