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넘는 '매수'보고서 일색에 투자자 신뢰도는 갈수록 하락
![2020년대 들어 90% 넘는 증권사 리포트가 투자의견 '매수'(Buy)를 추천하면서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7/249136_148878_2217.jpg)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최근 5년 사이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증권사 리포트의 90%이상은 ‘매수’(Buy)의견이다. 매수 일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애널리스트들이 매년 잘못된 매수보고서를 낸 점에 대한 반성문을 써 대지만, 매수의견은 오히려 더 늘었다. 2000년대 67%에서 2010년대 89%로 급증했고 2020년대 들어 90%를 넘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은 ‘희망의 찬가’를 불러댔지만 정반대로 움직인 종목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매수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나중에 수정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까지 엿보인다.
어떤 종목은 이미 목표주가에 도달했는데도 수십일이 지난 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애널리스트 본인이 추천한 종목에 대한 사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2일 공개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 보고서는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매수의견은 갈수록 늘고 매도의견은 계속 줄어든 실상을 보여준다.
2020년 들어 매수의견은 93%에 달하는 데 반해 매도 의견은 2000년대 1.6%에서 2010년대 0.1%로 줄어든 뒤 지금까지 비슷하다. 보유 의견은 2000년대 31.1%에서 2020년대 6.8%로 떨어졌다.
이 시기에는 금융위기도 있었고 코로나19에 따른 부침도 있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항상 매수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만봐도 전혀 달랐다. 지난 2021년 역대 최고가(9만6800원)를 찍으면서 ‘10만전자’에 대한 꿈을 키웠던 삼성전자는 4년이 지난 후 반 토막이 났다. 그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 넘게 앞 다퉈 상향 조정했지만, 결과만 보자면 예측 대참사다.
이후 애널리스트들은 슬그머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7만대로 낮췄고, 이달 들어 반등의 기미가 보이자 앞다퉈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되는 것은 외국시장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한국 시장은 그 정도가 매우 극단적”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의견이 매수이고 변경되지도 않는다면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대안은 애널리스트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도를 더 높여 애널리스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것이다.
AI는 현상만 보고 분석을 하고 애널리스트들은 현상뿐만 아니라 가능성과 미래를 판단하는데 AI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록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의 고충도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애널리스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각종 대내외적 변수를 100%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이해한다.
여기에 증권사 소속 직원으로 수익창출 압력을 받기 때문에 잠재 고객(상장기업)과 중개업무 고객(기관 투자자)의 보유 주식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부정적인 의견을 낸 기업들의 반발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낙관 편향에 빠졌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걸 보면 ‘투자 전문가’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한때 최고의 금융 엘리트였던 애널리스트라는 명성이 갈수록 퇴색해 가는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늘 과대포장, 이해상충, 뒷북 분석, 책임회피 등의 말이 왜 따라붙는지 이제라도 제대로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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