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국수본에 고발장 제출..."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제재 필요"
HD현대중공업, "관련자 처벌...이미 감점조치 받고 있어"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관련 임원 수사를 촉구하며 방위산업에서의 기밀 유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KDDX 사업 관련 기밀 탈취 경과와 임원 고발장 제출 관련 입장을 설명했다.

설명회에는 한화오션 구승모 컴플라이언스 변호사, 권영삼 커뮤니케이션 상무, 배선태 특수선 영업사업부 수석부장과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자체적으로 확보한 ▲판결문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 ▲공무원 형사사건기록 등을 통해 KDDX 개념 설계도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승모 컴플라이언스 변호사가 5일 KDDX 사업 관련 기밀 탈취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구승모 컴플라이언스 변호사가 5일 KDDX 사업 관련 기밀 탈취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구승모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판결문 내용들을 보게 되면 처벌받은 직원 9명의 개인적인 행동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며 "회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기밀 유출이 이뤄졌으며 이는 단순히 이해관계를 넘어 국방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형사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4일 KDDX 개념설계 유출에 개입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27일 부정당제재(입찰참가제한)를 면제하자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방사,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열람하고 이를 회사 내부 비인가서버에 업로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연구원을 통해 특수전지원함의 작전요구성능(ROC), 적 대함유도탄 주요 성능, 특수성능 등이 기재된 군사Ⅲ급 비밀인  '특수전지원함/특수침투정 개념설계 기술지원 용역 최종 보고서' 파일을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구승모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가 합법적인 자료만 보관해 보안감사에 노출시키는 공개 NAS 서버와 비공개 NAS 서버를 운영했다"며 "대기업의 운용 방식을 고려했을 때 임원들의 개입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이 지난 27일 심의위원회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임원들의 객관적인 증거를 살펴보기 어렵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곧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제재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임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만큼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KDDX 개념설계 유출 관련 판결문 자료. [사진=김민우 기자]
한화오션이 공개한 KDDX 개념설계 유출 관련 판결문 자료. [사진=김민우 기자]

한화오션에 따르면 2019년에 진행된 조사에서도 HD현대중공업 직원은 장보고-Ⅲ 배치Ⅱ 선행연구에 참고하기 위해 군사 비밀 자료를 열람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것을 상급자들이 알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맞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직원은 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이뤄진 행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한 판결문 자료들을 공개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주요 질문으로 ▲보안 감점에 이은 사업 입찰 제재의 이중처벌 문제 ▲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 가능성 여부 ▲향후 한화오션의 독점 시장 우려 등이 이뤄졌다.

구 변호사는 이중처벌 문제에 대해 "보안사고 감점과 부정행위에 따른 입찰자격 제한은 따로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한 번 위반했다고 두 가지가 반드시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 이번 사안은 워낙 중대한 범죄였다”고 했다.

또 수의계약 가능성 여부에 대해선 "규정상으로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할 수 있긴 하나 KDDX 기본설계를 불법으로 취득한 업체가 나머지 사업들을 이끌어 가게 된다면 누구도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경쟁 계약에서 최선을 다해 수주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입찰 제한시 발생할 수 있는 한화오션의 시장 독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잠수함 등 특수선이나 대형 함선을 만드는 곳은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둘 뿐"이라면서도 "1년에 많아야 2건의 입찰이 진행되는 방산업의 특성상 한화오션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더라도 경쟁사는 집행정지 소송 등을 통해 평소와 같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HD현대重 반박 입장문…"수사기록 등 짜깁기해 사실관계 크게 왜곡"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내며 맞대응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오늘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와 함께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임원 개입설의 증거로 주장한 군사 기록 열람 건에 대해서는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과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할 수 있고, 군 당국과 수시로 이 자료를 활용하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밀문서를 보관하는 보안 서버를 활용한 것은 기무사의 권고사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자사는 2018년 발생한 보안 사고로 인해 서버가 봉인돼 이전 자료 열람이 원천적으로 불가했다"며 "KDDX 사업개념도 2018년에 다시 정립돼 2013년 자료는 활용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발표 내용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앞으로 기술개발과 수출 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구축함 6척을 발주하는 7조8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는 각각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이 맡았으며 나머지 사업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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