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HBM 수율 80% 육박...6세대 HBM 양산 1년 앞당겨
고객사에 안정적 생산 알리고 차세대 기술력 확보 의지 드러내
생산능력 확장 및 패키지 공정 기술 고도화로 기술 경쟁력 확보
![SK하이닉스가 향후 HBM 시장 주도권 확보의 핵심이 될 엔비디아의 물량 수주에서도 4세대 HBM 독점 공급 경험을 살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59_847.jpg)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높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독자 개발 패키징 공정을 바탕으로 주도권 수성에 강한 자신감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향후 주도권 확보의 핵심이 될 엔비디아의 물량 수주에서도 4세대 HBM 독점 공급 경험을 살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내외신 인터뷰와 자사 뉴스룸 등을 통해 HBM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을 확신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임원(부사장)은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5세대 HBM(HBM3E)의 수율이 8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권 부사장은 "HBM3E 칩 양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다"며 "올해 우리의 목표는 8단 HBM3E 생산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HBM3E 수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겹겹이 쌓아 올린 HBM은 제조시 적층한 칩의 하나만 불량이라도 패키지 전체를 버려야 해서 통산 HBM 수율은 50~60%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계에선 수율 80%대는 '꿈의 수율'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영업기밀인 수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안정적인 HBM3E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신임 임원 좌담회를 진행한 가운데, 임원들은 6세대 HBM 양산 시점을 2026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60_95.jpg)
아울러 지난 30일 공개된 신임 임원 좌담회에서는 6세대 HBM(HBM4)의 양산 시점을 2026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긴다고 밝히며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차세대 HBM 제품 등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의 계획을 미리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권원오 HBM PI(공정통합) 부사장은 "HBM4는 고객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스펙을 구현하는 것 외에도 관련 업계와의 협업으로 이어져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계륵'에서 SK하이닉스 '효자 상품'으로...AI 시대 맞아 개화한 HBM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2년 연속 50% 이상의 점유율 확보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61_918.jpg)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2년 연속 50% 이상의 점유율 확보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50%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53%까지 확대됐다. 올해 전망치 역시 52.5%로 나타나 경쟁사들의 격차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반도체 D램 계열의 반도체 'HBM'은 D램 중에서도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HBM 1개 가격이 일반 D램의 3~5배, 개당 수익률은 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계륵' 취급을 받았다. 일반 D램보다 높은 가격에 비해 열 관리 문제가 자주 발생했고 성능이 뚜렷하게 우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HBM이 전체 D램 비트(데이터 최소 단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2%에서 올해 5%, 내년에서야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 시장이 이제 개화 시점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이 전체 D램 비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3년 업계 최초로 1세대 HBM 개발에 성공한 기업도 SK하이닉스였다.
2세대 HBM(HBM2) 첫 양산(2015년) 타이틀은 삼성전자에 내주긴 했으나, 다시 업계 최초로 3세대 HBM(HBM2E) 양산(2020년)에 나서며 기술력 확장을 이뤄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62_106.jpg)
그렇지만 2021년까지만 해도 HBM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계륵', 즉 '돈 안되는 사업'이었다. 첨단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까지 이를 탑재할만한 기술적인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엎치락뒤치락 기술 경쟁에 나서긴 했지만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일반 D램이었다.
상황이 바뀐건 다음해인 2022년 LLM(대규모언어모델)을 탑재한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개는 수조개에 달하는 토큰(데이터)을 빠르게 학습하기 위해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AI 가속기가 필요했고, 바로 GPU에 들어가는 핵심 칩으로써 HBM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4세대 HBM(HBM3) 양산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때 '엔비디아'가 자사의 GPU 'H100'에 들어갈 HBM 물량 수주를 SK하이닉스에 독점으로 맡겼다.
AI 시대를 맞아 엔비디아의 GPU 판매량이 폭증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SK하이닉스의 HBM 전성시대도 시작됐다. 4세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전략은?...패키지 공정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대
![SK하이닉스 신규 팹 청주 M15X 건설 조감도.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63_1017.jpg)
이제 관심은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에서 차지했던 주도권을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느냐로 집중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 됐든 HBM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AI용 GPU의 90%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수주 물량을 따내야만 한다.
엔비디아는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 전에 HBM 물량을 확보해오고 있다. 지난 3월 공개한 신제품 GPU B100과 B200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 수주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타사 대비 높은 수율과 함께 독자 개발한 패키지 공정과 생산능력 확장으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캐파(생산능력)를 지난해 대비 2배 늘리고 상황을 고려해 추가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충청북도 청주시로 결정하고 M15X 공장 건설을 재개해나가고 있다.
내년 11월 준공되는 M15X의 목표 생산능력은 월 10만장이다. 당초 SK하이닉스가 발표한 HBM 생산 목표치인 12만5000장과 비슷한 수준이며, 전년(4만5000장) 대비로는 2배가 넘는다.
아울러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클러스터 건설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용인 첫번째 팹의 착공은 내년 3월이며 준공 예정은 2027년 5월이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나선 5세대 HBM(HBM3E). [SK하이닉스 제공=뉴스퀘스트]](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05/224544_119564_1040.jpg)
패키징 공정(D램칩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MR-MUF' 공정을 적용해 패키징 작업을 처리하고 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이를 위로 쌓아올리는 과정에 칩과 칩 사이 공간을 EMC라는 물질로 채워 붙이는 공정이다. 고속도로로 비유하면 각 도로를 연결하는 분기점(인터체인지)를 설치한 것이다.
기존까지는 다리미판과 같이 D램 칩 위에 달아오른 열 다리미를 눌러서 배선을 연결하는 열압착방식(TC 본딩)이 활용됐다.
TC 본딩의 경우 칩 곳곳에 미치는 압력 차이 때문에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MR-MUF에서는 EMC라는 소재가 빈 공간 없이 채워지기 때문에 방열이 TC 본딩 공정 대비 뛰어나다.
아울러 HBM 적층 높이가 높아질수록 전체 높이를 낮추기 위해 웨이퍼 뒷면을 갈아 얇게 만드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웨이퍼 휘어짐 현상과 불량률을 MR-MUF 기술로 줄일 수 있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TC 본딩 공정을 활용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개발에 성공한 12단 HBM3E부터는 '어드밴스드 TC 본딩' 공정을 선보이며 열 방출 성능 및 수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MR-MUF와 TC 본딩이 각각 장단점이 있긴 하나 고수율 및 방열 측면에서 MR-MUF 방식이 좀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TC-NCF 계열이 여러 층 적층하는데 유리할 수는 있으나 패키징 부문에서 수율이 잘 오르지 않아 고단 적층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며 "차세대 HBM으로 갈수록 MR-MUF 기술을 도입하는 제조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관련기사
- SK하이닉스 "차세대 HBM 적기 공급 위해 내년 계획까지 미리 논의중"
- 반도체 수출, 한국 경제 효자 노릇 ‘톡톡’…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지속 전망
- 엔디비아 훈풍에 정부 반도체 총력전 '겹호재'…'20만닉스' '8만전자' 안착가능성↑
- SK하이닉스, '엔디비아 훈풍' 주가 사상 첫 20만원 돌파…"HBM 점유율 더 높아질 것"
-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 칩워 재점화..."관건은 기술 경쟁력‧엔비디아 수주 확보"
- SK하이닉스, 신고가 돌파 '20만닉스' 가나…미국발 훈풍에 국내 증시도 활짝
- "온디바이스 AI칩 시장 주도권 확보"...SK하이닉스, 차세대 모바일 낸드 솔루션 'ZUFS 4.0' 개발 성공
- 류병훈 SK하이닉스 부사장 "AI 시장 커스텀 수요 뚜렷...탑다운 관점으로 대응"
- 'TC-NCF'냐, 'MR-MUF'냐?...삼성전자·SK하이닉스, 6세대 HBM 주도권 놓고 '신경전'
- 젠슨황 엔비디아 CEO "삼성 HBM, 품질 테스트 실패 아냐...엔비디아 제품에 탑재될 것"
- SK하이닉스, 엔디비아 호재에 '20만닉스' 재탈환…SK스퀘어 '신고가' 질주
